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면 안 되나
비와 바람과 햇빛을 쥐고
열심히 별을 닦던 나무
가을이 되면
별가루가 묻어 순금빛 나무
나도 별 닦는 나무가 되고 싶은데
당신이라는 별을
열심히 닦다가 당신에게 순금 물이 들어
아름답게 지고 싶은데
이런 나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불러주면 안 되나
당신이라는 별에
아름답게 지고 싶은 나를
[감상] 경주 양동마을 양동초 교정에 은행나무가 장관이다.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恒星)처럼 세상의 모든 ‘노랑’은 여기서 발원(發源)한 것 같다. 공광규 시인은 “은행나무를 별 닦는 나무”라고 부르고 싶은 모양이다. 당신이라면 은행나무에 어떤 이름을 지어주고 싶은가? 문득 신시아 라일런트의 그림책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가 떠오른다. 할머니는 이별과 상실이 두려워 자기보다 더 오래 살 수 있는 것들에게만 이름을 지어준다. 이를테면 자가용은 베치, 헌 의자는 프레드, 낡은 침대는 로잰느, 백 년이 넘은 집은 프랭클린. 은행나무는 2억 7,0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존재해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불린다. 무한하고 영원한 삶이다. 인간의 삶은 덧없기에 우리는 ‘이름’을 짓고 부르고 기억하며 살아간다. <시인 김현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