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치가 돌아왔다”… 독도, 애니메이션으로 세계를 향하다
경북콘텐츠진흥원, TV시리즈 ‘강치아일랜드’ 5일 첫 방영
해양 생태·영토 메시지 담은 글로벌 글로컬 콘텐츠로 육성
“강치는 단순한 동물이 아닙니다. 우리 바다의 역사이자, 잊혀선 안 될 상징이죠.” 경북콘텐츠진흥원 김성학 스토리IP 육성 팀장은 인터뷰 내내 ‘강치’라는 이름을 또렷하게 발음했다. 사라진 독도 강치를 주인공으로 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강치아일랜드’가 지난 5일 첫 방송을 했기 때문이다.
경북도와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이 공동 제작에 나선 이 작품은 이번 KBS 2TV를 시작으로 케이블과 글로벌 OTT로의 확장 방영도 추진된다. 단순한 어린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독도의 역사적 의미와 해양 생태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는 ‘글로컬 콘텐츠’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독도는 정치나 외교적 갈등의 대상이기 전에 우리의 땅이자 문화유산입니다. 이 섬을 지키는 강치의 이야기를 통해 아이들과 세계인들에게 독도를 보다 친근하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김 팀장은 이렇게 말하며 이번 프로젝트의 방향을 설명했다.
△13편 TV 시리즈로 재탄생한 ‘강치’
‘강치아일랜드’는 지난 2017년 단편 애니메이션 ‘독도수비대 강치’의 세계관을 발전시켜 총 13편(회당 15분)의 시리즈로 제작된 작품이다. 주 시청층은 4~5세 유아 및 어린이지만 단순한 아동 콘텐츠에 머무르지 않는다.
스토리의 배경은 독도 인근 바다, 주인공은 바다를 지키는 다섯 마리의 마법사 강치. ‘깡치’, ‘음치’, ‘이치’, ‘망치’, ‘아치’ 등이다.
바다를 지키는 마법학교 신입생 강치들이 독도와 주변 생태계를 지켜내는 과정을 통해 우정, 용기, 협력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함께 독도 생물에 대한 지식도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작품의 상징이자 제목이기도 한 ‘강치’는 과거 독도 인근에 서식했던 바다사자의 일종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되었지만 애니메이션 속에서 ‘독도 수호 마법사’로 되살아났다.
“2017년 작품이 초등학생 대상 극장용이라면 이번 시리즈는 TV 방영과 글로벌 플랫폼 유통을 염두에 두고 기획 단계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했습니다. 특히 독도와 해양 생태를 스토리 중심에 배치해 단순 ‘국내 영토 콘텐츠’가 아닌 국제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독도, 역사·생태·문화가 만나는 이야기
작품의 중심엔 ‘독도’라는 실존 공간이 있다. 제작진은 시나리오 작업에 앞서 울릉도와 독도를 직접 답사하며 생태 환경을 면밀히 조사했다. 괭이갈매기, 독도새우, 섬기린초, 사철나무 등 실제 서식하는 생물과 식물들이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이들은 단순 배경 요소가 아니라 각각 개성과 역할을 가진 캐릭터로 등장한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독도 생태를 배울 수 있도록 각 생물마다 특징을 캐릭터에 녹였습니다. 사철나무는 독도의 역사와 마법의 전통을 가르키는 교장선생님, 삽살이는 영리하고 재치있는 ‘강치학교 지킴이’이죠. 자연환경을 지키는 메시지를 전하려고 전문가 자문도 수차례 받았습니다.”
또한 스토리텔링 방식에도 공을 들였다. 독도 영유권 문제를 직접 언급하기보다는 ‘우리 바다를 지키는 친구들’이라는 긍정적 접근 방식을 취했다.
김성학 팀장은 “정치적 메시지보다 문화적 접근이 세계와 소통하는 더 강력한 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야기의 힘으로 독도를 자연스럽게 알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략 염두… KBS→OTT 진출
‘강치아일랜드’는 지난 5일 KBS 2TV를 통해 첫 방송됐다. 이후 애니메이션 전문 케이블 채널 방영을 거쳐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진출도 추진 중이다. 국내 방영을 넘어 세계 어린이들이 독도와 강치를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이다.
“OTT 공개는 단순 해외 진출이 아닙니다. 글로벌 플랫폼에서 ‘독도’라는 이름이 당연하게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효과가 있습니다. 애니메이션이야말로 어린 세대에게 가장 자연스럽고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수단이죠.”
이번 작품에는 ‘신비아파트’ 박지연 작가, ‘소피루비’ 추광호 감독, 유명 성우 유혜지 등 국내 정상급 제작진이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아기자기한 3D CGI와 경쾌한 음악, 마법 액션 요소가 어우러져 어린이 시청층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독도 콘텐츠, 이제는 ‘정치’ 아닌 ‘문화’로”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은 2016년부터 독도 관련 문화콘텐츠 개발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2017년 ‘독도수비대 강치’에 이어 강치 캐릭터를 활용한 교육자료를 전국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배포해 큰 호응을 얻었다. 그러나 단편 콘텐츠의 한계를 넘기 위해 이번에는 장기 시리즈물로 확장했다.
김 팀장은 “독도를 지키는 강치는 사실상 잊힌 존재였지만 상징성은 너무나 강합니다. 이 캐릭터를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우리 땅 독도’를 인식하고 자긍심을 갖게 됩니다. 독도를 지리나 분쟁의 대상으로 배우는 게 아니라 친구처럼 느끼는 것. 그것이 콘텐츠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콘텐츠의 힘을 강조했다.
이번 제작 과정에서는 독도 홍보 전문가 서경덕 교수도 힘을 보탰다. 서 교수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세계 주요 언론에 독도 광고를 게재해온 인물로 이번 시리즈의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서 교수님이 글로벌 홍보의 교두보 역할을 해주십니다. 방송 이후 해외 전시·이벤트와 연계한 ‘독도 알리기 캠페인’도 계획 중입니다.”
△강치, 사라진 동물이 남긴 이야기
강치는 과거 독도 주변에 수만 마리가 서식했을 정도로 풍부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가죽과 기름, 고기가 고급 수출품으로 취급되면서 일본의 무분별한 남획이 이어졌고 결국 1970년대 멸종됐다. 국제자연보호연맹(IUCN)은 1994년, 한국 정부는 2011년 강치를 공식 멸종종으로 지정했다.
“사라졌다고 끝이 아닙니다. 애니메이션 속 강치는 다시 살아났고 전 세계 아이들의 친구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이 작품이 강치를 기억하는 매개체가 되었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성학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우리는 독도를 지키는 또 하나의 방법으로 ‘이야기’를 선택했습니다. 아이들이 강치를 통해 독도를 자연스럽게 알게 되고 어른들도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의 땅 독도를 전 세계에 가장 따뜻하고 재미있게 알리는 방법, 그것이 ‘강치아일랜드’입니다.”
지난 5일 KBS 2TV에서 ‘강치아일랜드’가 첫 공개된 후 시즌 2는 내년 상반기 방영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