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3배 급증, 피해 규모 역대 최악
2025년 노쇼 사기가 전국적으로 급증하며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노쇼 사기는 총 4,506건에 달하며, 피해액은 73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과 비교해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2024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노쇼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212건으로, 2021년 45건과 비교해 3년 새 5배 가까이 증가했으며, 2025년에는 범죄의 양상이 더욱 악화되고 조직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 노쇼에서 조직적 금전 사기로 진화
노쇼 사기의 수법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과거 단순히 예약만 해놓고 나타나지 않던 수준에서 벗어나, 2025년에는 공공기관과 유명 기관을 사칭해 금전을 편취하는 조직적 범죄로 진화했다.
강원경찰청은 최근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노쇼 사기 조직 114명을 검거하며 국제 범죄 조직의 실체를 드러냈다. 이들은 가짜 공문서, 위조 명함, 사업자등록증 등을 제시하며 피해자들을 속이는 치밀한 수법을 사용했다. 검거된 조직원의 80%가 20~30대 젊은층이었으며, 10대도 4명이나 포함돼 있어 충격을 주었다.
△소상공인 겨냥한 치밀한 노쇼 수법
노쇼 사기가 급증하는 근본 원인은 영세 자영업자들의 경제적 어려움과 ‘대량 주문’에 대한 기대 심리를 악용한 데 있다. 불황 속에서 대형 단체 예약은 자영업자들에게 단비와 같은 기회다. 사기범들은 바로 이 점을 노린다. 공공기관이라는 신뢰를 내세워 업주들의 경계심을 무너뜨리고, “감사 때문에 급하다”, “지금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으로 긴박함을 조성해 판단력을 흐린다.
한국외식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외식 자영업자 10명 중 8명이 최근 1년 내 노쇼 피해를 경험했지만, 실제 법적 대응에 나선 경우는 14.5%에 불과했다. 피의자 특정이 어렵고, 설사 특정되더라도 소송 비용과 시간이 부담스러워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영업자를 위한 구체적 예방책과 대응 방법
노쇼 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영업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먼저 대량 주문이나 단체 예약 시 반드시 해당 기관의 공식 대표번호로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공공기관은 어떤 경우에도 금품 송금이나 외상 거래, 대리구매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급하다”, “지금 처리해야 한다”며 긴박함을 조성하거나, 가게에서 취급하지 않는 품목의 대리구매를 요청하는 경우는 100% 사기로 의심해야 하며 즉시 해당 기관 대표번호로 확인하고, 경찰(112) 또는 국번 없이 1332(사기범죄 신고센터)에 신고해야 한다. 또한, 한국소비자원이나 지역 소상공인연합회 등을 통해 법률 자문과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도적 보완으로 피해 최소화 노력
제도적 차원에서도 변화가 시작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노쇼 위약금 기준을 기존 10%에서 최대 40%까지 상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일반 음식점의 경우 예약 시간을 1시간 넘겨서 취소하면 총 이용금액의 최대 20%를, 오마카세나 파인다이닝처럼 예약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음식점의 경우 예약 당일 취소 시 최대 40%의 위약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예약금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반복적 노쇼나 고의적 사기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함께 피해 보상 체계를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사기범들이 해외를 거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아 국제 공조 수사 체계를 강화하고, 금융 거래 추적 시스템을 고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통의 전화가 생계를 무너뜨린다”
노쇼 사기는 단순한 금전 범죄가 아니다. 그것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성실하게 일하는 소상공인들의 선의와 땀을 짓밟는 행위다. 준비한 식재료는 모두 폐기 처분되고, 다른 손님을 받을 기회마저 잃게 되는 이중 피해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치명적인 타격이다. 거래 한 건 한 건이 생계와 직결되는 그들에게 노쇼 사기는 생존의 위협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화 한 통에 기대를 걸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자영업자가 있다. 우리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제도적 보완과 함께 사회적 연대로 이 악순환을 끊어내야 할 때다. 노쇼 사기는 범죄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막아야 할 공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