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성금 모금부터 자랑스러운 군민상 수상까지
21년간 나눔과 헌신으로 세대 잇는 리더상 제시
어르신이 주인공 되는 ‘오색프로그램’ 전국 모델로

▲ 신원호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장이 제29회 의성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자랑스런 군민상을 받고 있다. 의성군
▲ 신원호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장이 제29회 의성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자랑스런 군민상을 받고 있다. 의성군

신원호(75)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장은 ‘직함보다 행동으로 기억되는 리더’로 알려져 있다. 흙먼지 날리던 시골마을에서의 어린 시절부터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헌신적인 봉사까지, 그의 인생은 나눔과 실천의 여정이었다. 담담히 자신의 삶을 회상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한평생을 묵묵히 걸어온 사람만의 단단함이 묻어 있었다.

△의성에서 써 내려간 나눔의 첫 장

신원호 지회장의 인생 여정은 봉화의 작은 산골에서 시작됐다. 홀어머니 밑에서 정직과 성실을 배우며 자란 그는 청소년 시절, 가족과 함께 의성으로 이주했다. “처음엔 모든 게 낯설었지만, 의성 사람들은 따뜻했습니다. 그때 느낀 건 사람의 온기, 그리고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였어요”라고 그는 회상했다.

의성은 그의 제2의 고향이자 인생의 무대가 되었다. 이곳에서 그는 “부족함 속에서도 나누고,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면 그게 바로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삶의 철학을 세웠다.
 

▲ 제29회 의성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자랑스런 군민상’을 수상한 신원호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장(왼쪽 여섯 번째)이 직원들과 함께 축하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
▲ 제29회 의성군민의 날 기념식에서 ‘자랑스런 군민상’을 수상한 신원호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장(왼쪽 여섯 번째)이 직원들과 함께 축하 현수막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

△청년의 리더십, 사람을 배우다

청년 시절의 신 지회장은 늘 ‘앞장서는 사람’이었다. 조기축구회장, 체육회장, 의성군 금성면 JC특우회장을 맡으며 지역 청년들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는 이 시기에 “지도자는 말로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자세로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 시절 그는 마을 일을 도맡아 했다. 어르신들 심부름을 하며 자연스레 배운 예의와 공경심은 훗날 그의 리더십의 근간이 되었다. “그게 당연한 일이었어요. 그때부터 봉사는 특별한 게 아니라 삶의 일부였죠”라고 그는 설명했다.
 

▲ 경상북도 경로당광역지원센터가 주최한 ‘2025년 복권기금 행복선생님 사업 간담회’에서 22개 시·군의 경로당 담당자와 행복선생님들이 신원호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
▲ 경상북도 경로당광역지원센터가 주최한 ‘2025년 복권기금 행복선생님 사업 간담회’에서 22개 시·군의 경로당 담당자와 행복선생님들이 신원호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장(앞줄 왼쪽 여섯 번째)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

△지역의 기둥으로 서다

신 지회장의 리더십은 청년의 열정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이어졌다. 의성군 의용소방대 연합회장 시절, 그는 영호남 교류사업과 소화기 보급, 여름철 방역, 70세 이상 어르신 영정사진 무료 보급 등 ‘사람을 위한 봉사’를 실천했다.

이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의성군협의회장을 맡아 “통일보다 가까운 평화는 결국 서로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는 신념으로 세대와 지역을 잇는 교류 활동에 힘썼다.

제7대 전반기 의성군의회 의장으로 당선된 그는 ‘군민이 주인인 의회’의 원칙을 세웠다. 회의록 첫머리에 남긴 “군민이 행복해야 의회가 존재한다”는 문장은 그의 철학을 잘 보여준다. “행정의 중심은 예산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저 신원호, 앞에 서기보다 옆에서 함께 걷겠습니다!”라는 그의 유세 문구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삶의 신념이었다.
 

▲ 신원호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의성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최훈식 의성군의회 의장(다섯 번째)과 함께 임원들과 제282회 의성군의회 제1차 정례회 회의장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
▲ 신원호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장(앞줄 왼쪽 네 번째)이 의성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최훈식 의성군의회 의장(다섯 번째)과 함께 임원들과 제282회 의성군의회 제1차 정례회 회의장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

△노인회장으로, ‘복지의 정의’를 바꾸다

2022년,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장에 취임한 신 지회장은 “이제는 배운 것을 돌려드릴 때”라고 생각했다. 그는 복지를 ‘지원’에서 ‘참여’로 바꾸는 일을 시작했다. “어르신이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주인공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그의 철학은 실천으로 이어졌다.

그가 직접 도입한 ‘오색프로그램’(오색칠판·오색사다리·오색윷놀이)은 치매 예방과 인지 활성화를 위한 전국적 모범사례가 됐다. 현재 의성군 내 234개 경로당에서 약 3510명의 어르신이 참여하고 있으며, ‘행복선생님’들이 매월 인지검사 시트를 작성해 개인별 변화를 데이터화하고 있다.

“어르신이 웃을 때, 지역이 젊어집니다. 집 밖으로 나와 이야기하고 웃는 것, 그게 건강의 시작이에요”라고 말하는 그는 단순한 복지를 넘어 ‘활동하는 노년의 모델’을 만들어냈다.
 

▲ 의성군청에서 열린 산불 피해 이재민 돕기 성금 전달식에서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와 대구 수성구지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중래 안계면·정영수 가음면분회장, 신원호 노인회지회장, 김주수 의성군수, 이흥우 노인회부회장, 양춘길 노인회부회장, 김수일 노인대학장. 경북일보DB
▲ 의성군청에서 열린 산불 피해 이재민 돕기 성금 전달식에서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와 대구 수성구지회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중래 안계면·정영수 가음면분회장, 신원호 노인회지회장, 김주수 의성군수, 이흥우 노인회부회장, 양춘길 노인회부회장, 김수일 노인대학장. 경북일보DB

△위기 속에서 빛난 공동체의 힘

지난봄, 의성을 덮친 대형 산불 당시 신 지회장은 누구보다 먼저 움직였다. 회원들과 함께 1200만 원의 성금을 자발적으로 모금해 이재민들에게 전달했다. “불이 마을을 덮었지만, 마음은 타지 않았습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직접 피해 마을을 찾아가 물품을 나르고 이재민의 손을 잡았다. 그의 봉사는 ‘노인의 헌신’이 아니라 ‘품격 있는 어른의 책임’이었다.

△지역이 먼저 알아본 리더십

신 지회장의 헌신은 결국 지역의 이름으로 돌아왔다. 지난 10월 1일 의성문화회관에서 열린 ‘제29회 의성군민의날 기념식’에서 그는 ‘제32회 자랑스러운 군민상’ 지역사회발전 부문을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그를 “복지를 행정의 틀에서 사람의 관계로 확장시킨 지도자”로 평가했다.

그는 이미 2005년 대통령 표창, 2009년 경북도지사 표창, 2024년 지역사회 공헌대상, 의성군 표창 3회, 장관표창 2회 등 수많은 공적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그는 “이 상은 제 이름이 아니라, 의성의 모든 어르신 이름으로 새겨졌으면 합니다”라는 겸손한 수상 소감을 전했다.
 

▲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 읍·면임원 간담회에서 신원호 의성군지회장(앞줄 왼쪽 네 번째)과 임원들이 어르신 복지 증진과 지회 운영 활성화를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
▲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 읍·면임원 간담회에서 신원호 의성군지회장(앞줄 왼쪽 네 번째)과 임원들이 어르신 복지 증진과 지회 운영 활성화를 다짐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노인회 의성군지회

△존경받는 어른으로, 세대를 잇는 리더로

신 지회장은 오늘도 노인회를 “존경받는 어르신 단체로 도약시키겠다”고 말한다. “어르신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곧 선진사회입니다”라는 신념으로 문화·예술·건강을 아우르는 복지 플랫폼을 구축하고, 청년 자원봉사자와 함께하는 세대 통합형 프로그램도 확대하고 있다.

“나이 든다는 건 책임이 늘어나는 일입니다.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어른이 되어야 합니다”라는 그의 말은 곧 행동으로 이어진다.

“리더는 앞에 서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걷는 사람입니다.” 인터뷰 마지막에 던진 리더십에 대한 질문에 신원호 지회장이 내린 정의다. 조용하지만 단호한 그의 말처럼, 그는 오늘도 의성의 어르신들과 나란히 걸으며 진정한 리더십의 의미를 몸소 보여주고 있다. 가난한 시골 소년에서 지역사회의 중심이 된 그의 여정은 직함이 아닌 행동으로 리더십을 증명하는 삶의 모범을 보여준다.
 

김동현 기자
김동현 기자 jhass80@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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