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로 시작해 사람으로 완성”…영주시 ‘스마트 돌봄 복지’
1인가구·고독사 예방 위해 AI·IoT 기반 안부살핌 서비스 구축
고령화와 1인가구 증가로 인한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영주시는 ‘기술과 사람의 결합’을 통해 복지의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결합한 스마트 돌봄 체계는 행정의 한계를 넘어, 시민의 안전망을 촘촘히 잇는 실험적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인터뷰에서 정근섭 영주시 복지정책과장은 “복지는 행정이 아니라 관계”라며, 기술로 시작해 사람으로 완성되는 ‘영주시형 복지 모델’을 설명했다.
△AI·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돌봄 체계
영주시는 최근 급증하는 1인가구와 고독사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AI와 IoT 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돌봄 체계를 구축했다. ‘1인가구 안부살핌 서비스’는 전력 사용량과 통신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즉시 알림을 보내는 시스템이다.
정 과장은 “평소보다 전력 사용이 줄거나 통신이 며칠간 끊기면 바로 현장으로 나갑니다. 처음엔 ‘기계가 사람을 대신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있었지만, 지금은 반대로 기계 덕분에 사람의 손길이 더 빨라졌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시범 운영 기간 동안만 130건이 넘는 알림이 발생했고, 실제 위험 상황을 조기에 막은 사례도 여러 차례 있었다고 한다. 정 과장은 이를 두고 “작은 신호 하나가 한 생명을 살린 셈”이라며 “그 경험 이후로 ‘AI 복지’는 우리 행정의 필수 도구가 됐다”고 말했다.
△스마트플러그로 시작된 골목 복지
영주시의 또 다른 복지 실험은 ‘SK스페셜티’의 후원으로 진행 중인 ‘스마트플러그 설치 사업’이다. 이 장치는 콘센트에 꽂기만 하면 전력량과 조도 변화를 감지해 일정 시간 이상 변화가 없을 경우 경보를 보내는 시스템이다.
“처음 설치할 때 어르신들이 ‘이게 나를 감시하는 건 아니냐’며 걱정도 하셨지만, 곧 ‘덕분에 안심된다’는 말씀으로 바뀌었다”며 정 과장은 웃었다. 현재까지 고독사 위험군 100가구에 설치가 완료됐고, 별도의 통신망 없이 작동돼 사생활 침해 우려가 적은 ‘맞춤형 돌봄 장치’로 호평받고 있다.
△기술과 사람의 조화로 완성되는 복지
정 과장은 “AI나 IoT가 아무리 발전해도, 결국 복지는 사람의 관심으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영주시는 기술 기반 돌봄 체계와 더불어 ‘사람이 직접 참여하는 복지 공동체’를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 ‘사랑의 건강음료 지원사업’이 있다. 저소득 1인가구에게 배달원이 주 3회 건강음료를 전달하며 안부를 묻는 이 사업은 지난해 7800회 방문 중 10건의 위기 상황이 조기 발견되는 성과를 거뒀다.
“음료를 전해드리러 간 배달원이 ‘며칠째 문을 안 여신다’며 연락을 주셨던 사례가 있었죠. 결국 응급상황이었고, 덕분에 생명을 구할 수 있었습니다. 복지는 그런 우연을 시스템으로 만드는 일입니다”라고 정 과장은 설명했다.
△행정과 시민이 함께 만드는 복지안전망
영주시는 현재 ‘복지등기우편 서비스’, ‘복지사각지대 신고센터’, ‘행복기동대’ 등 시민이 참여하는 복지안전망을 운영하고 있다. 집배원이 우편을 배달하며 생활 실태를 살피고, 행복 기동대 200여 명이 마을 곳곳을 돌며 위기 가구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행정이 모든 걸 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복지는 결국 ‘관심의 연대’예요”라고 정 과장은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영주시는 지난해 경상북도 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데이터와 사람의 손길로 지킨 생명’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그러나 정 과장은 “상보다 중요한 건 시민의 신뢰”라며 “그게 진짜 성과”라고 강조했다.
인터뷰 마무리에서 정근섭 복지정책과장은 다시 한 번 ‘작은 신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력 사용량이 줄었다는 수치, 조도가 변했다는 데이터, 배달원의 한마디, 이웃의 직감 - 이 모든 게 연결될 때 우리는 누군가의 삶을 구할 수 있습니다. 복지는 행정이 아니라 관계입니다. 서로가 서로를 보고 듣는 일, 그게 영주시 복지의 방향입니다.”
영주시의 스마트 복지 정책은 첨단 기술과 사람의 따뜻한 관심이 만나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고독사를 예방하는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