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장학금 기부한 안동 기업인…지역 인재 키우는 ‘숨은 기부천사’
청소년·북한이탈주민 후원·전통문화 계승까지…‘자랑스러운 시민상’ 수상
냉·난방기 전문기업 ㈜창성공조기전 천성용(63) 대표는 ‘숨은 기부천사’로 불리고 있다. 자수성가한 안동의 대표 기업인으로, 17년째 지역 인재를 위한 장학기부를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천 대표는 최근 안동시장학회에 장학금 1000만 원을 기탁했다. 2008년 안동시장학회 설립 이후 해마다 빠짐없이 기부해온 그는 지금까지 9000만 원을 기탁했다. 개인 기부자로는 손꼽히는 규모로, 안동시장학회 명예의 전당에도 이름을 올렸다.
그는 “가난 때문에 공부를 포기해야 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늘 마음에 남아 있다”며 “지역의 도움으로 일어선 만큼, 지역 인재들이 더 나은 환경에서 배울 수 있도록 돕는 건 제 몫”이라고 말했다.
천 대표는 기업활동뿐 아니라 지역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고운청소년재단 이사로서 북한이탈주민 청소년에게 ‘희망드림 장학금’을 후원하고, 안동경찰서 안보자문협의회 회장으로서 안동지역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장기입원환자 격려금, 출산장려금 지원, 문화탐방 등 다양한 정착지원 사업을 추진하며 안정적인 지역사회 정착을 돕고 있다.
그는 안동청년유도회 회장, 경북족구협회 초대 회장, 안동놋다리밟기 보존회 회장을 역임하며 지역 문화와 체육 진흥에도 기여했다. 특히 놋다리밟기 상설공연 예산 확보와 학술적 체계 정비에 힘써 전통문화 계승의 기반을 마련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16교구 본사 고운사 신도회장과 대구·경북통합반대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지역 정체성 보전에도 앞장서 왔으며, 안동청소년센터에는 10년째 매년 500만원의 운영비를 후원하고 있다.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내가 살던 고장을 지키고 돕는 일이 더 큰 행복입니다. 앞으로도 조용히, 꾸준히 지역 청소년과 이웃을 위한 일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그는 “가정 형편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성실로 일군 기업, 나눔으로 쌓은 신뢰
천성용 대표의 성공은 화려하지 않지만 ‘성실’과 ‘책임’으로 점철돼 있다. 작은 공구함 하나로 출발해 안동을 대표하는 냉난방·배관 전문기업으로 키운 창성공조기전은 지역 산업시설 곳곳에 이름을 남겼다.
지금도 매일 오전 7시 출근을 이어가는 그는 “현장을 떠난 대표는 감을 잃는다”며 “직원들과 함께 땀 흘리는 게 최고의 경영”이라고 말한다.
천 대표의 경영철학은 ‘사람 중심’이다. 직원 복지와 안전을 우선하고, 협력업체와의 공정거래를 원칙으로 하는 신뢰경영은 지역 중소기업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다.
△지역의 뿌리로, 전통의 맥으로
천 대표는 기업인인 동시에 지역문화 계승자다. 경북도 무형문화재 제7호 안동놋다리밟기 보존회장으로 활동하며 사라져 가던 전통 민속의 맥을 잇고 있다. 각종 축제와 청소년 체험 행사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해 전통놀이 전승에 힘쓴다.
또한 안동청년유도회 회장과 고운청소년재단 이사로서 청소년 인성교육과 문화활동을 지원하며 “청소년이 지역의 정체성과 자긍심을 느끼는 것이 가장 큰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자랑스러운 시민상’으로 빛난 인생철학
안동시는 올해 ‘자랑스러운 시민상’ 수상자로 천성용 대표를 선정했다. 2003년 ‘안동의 날’ 제정과 함께 시작된 이 상은 시민에게 수여되는 가장 권위 있는 상으로 꼽힌다.
그는 앞서 국세청장 모범납세자 표창(2022), 경북도지사 표창(2024) 등을 수상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인으로 인정받았다.
수상소감에서 그는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이지만, 그 이윤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건 당연한 의무라 생각한다”며 “나눔이 이어질 때 지역의 온기가 더 깊어진다”고 말했다.
천성용 대표의 삶은 한 기업인의 성공담을 넘어 ‘더불어 사는 안동’의 상징적인 이야기로 읽힌다.
그의 손끝에서 만들어지는 냉난방 시스템이 차가운 공기를 다루지만, 그 마음만큼은 누구보다 따뜻하다.
“우리 모두가 형편에 맞게 조금씩 나눔의 손길을 내민다면, 이 사회는 훨씬 더 따뜻해질 겁니다.”
안동의 온기를 전하는 사람, 천성용 대표의 조용한 실천은 오늘도 지역을 따뜻하게 데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