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IFBB 세계피트니스선수권’ 한국대표팀 총괄
“데이터 기반 훈련으로 세계 무대 도전”
“보디빌딩, 구미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로”
경북 출신 최초의 국가대표 감독이 된 최문희 구미시보디빌딩협회장이 최근 최고 권위의 보디빌딩 대회인 ‘2025 IFBB 세계피트니스선수권대회 및 IFBB 남자 월드 시리즈’에 한국 대표팀 선수들을 이끌고 출격했다. 대회는 오는 13일부터 17일까지 스페인 산타 수산나에서 열린다.
최 감독은 비인기 종목의 현실 속에서도 지역 체육의 저변을 넓히고, 지도자 시스템의 혁신을 모색해온 인물이다. 유도에서 헬스로, 선수에서 지도자로 이어진 그의 이력은 단순한 전환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스포츠 생태계’를 향한 실천의 기록이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감독직은 개인의 영예를 넘어, 경북 체육이 세계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한 상징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지역에서 출발한 한 지도자의 열정이 어떻게 세계 무대의 성과와 연결되는지, 그 여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도에서 헬스로, 지도자의 길을 걷다
구미 고아읍 출신인 최문희 감독은 유도선수로 시작했다. 대방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아포중학교에 진학했으나, 유도부가 없어 매일 김천으로 넘어가 훈련을 이어갔다. 그의 노력은 전국소년체전 중등부 78kg급 금메달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이후 유도 명문인 포항 동지상고 유도부로 진학했지만, 고교 1학년 시절 갑작스러운 허리 부상으로 선수 생활에 위기를 맞았다.
최 감독은 “허리 부상 재활을 위해 시작한 헬스가 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됐습니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구미 도개고등학교로 전학해 유도부 창단 멤버로 활동하며 중학교 후배 선수들의 기본기를 지도했고, 경운대학교 졸업 후 선수의 길을 접고 본격적인 지도자의 길로 방향을 틀었다. 2015년에는 형곡동에 헬스장을 창업해 구미에 최초로 체계적인 퍼스널 트레이닝(PT) 시스템을 도입했다. 최 감독은 “운동의 본질은 체력보다 인성과 관계”라며, 신뢰를 기반으로 한 지도 문화를 정착시켜왔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 감독의 과제, 시스템과 상생
최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1·2차 선발을 거쳐 여자부 13명이 확정됐다. 종목은 비키니, 보디피트니스, 피지크 등이다. 그는 “비키니는 밸런스, 보디피트니스는 중간, 피지크는 남자 보디빌딩에 가까운 근육과 컨디션을 봅니다”라고 설명했다.
대회에서 팀 운영과 전략을 총괄하는 최 감독은 “무대는 개인의 싸움이지만, 컨디션 관리와 데이터 훈련은 팀의 몫입니다. 과학적 피드백 시스템을 도입해 선수별 최적 훈련을 지원할 계획입니다”라고 전략을 밝혔다.
또한 그는 보디빌딩 업계의 구조적 어려움도 지적했다. “회원은 많지만 업계는 어렵습니다. 공공체육시설과 아파트 헬스장이 늘면서 소상공인 기반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복지는 옳지만, 전문단체와 협의 없는 시설 확충과 지도자 미배치는 안전 사각지대를 초래합니다.” 그는 체육 인프라가 커질수록 전문단체와의 협력 구조가 필요하다며 민관 상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협회 개혁과 ‘MR.금오대회’의 도약
2010년 협회 이사로 첫발을 내디딘 최 감독은 총무와 전무를 거쳐 3년 전 협회장에 취임하며 ‘MR.금오대회’의 혁신을 이끌었다. 그는 “시의 지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전국·도 단위 대회로 규모를 확대하고 도비와 시비를 유치해 13회부터는 무대 조명과 영상 시스템을 갖춘 본격적인 대회로 격상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올해로 17회를 맞은 ‘MR.금오대회’는 처음으로 야외무대에서 열렸다. 최 감독은 “내부 행사에 그치지 않고 시민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보디빌딩이 구미를 대표하는 시민 축제로 자리 잡길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보디빌딩과 피트니스가 구미의 새로운 도시 브랜드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비키니나 드레스핏 같은 종목은 도시 축제나 행사 무대에서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겁니다. 보디빌딩이 ‘보여주는 스포츠’로 자리 잡으면 구미가 움직입니다.”
또한 그는 생활체육 피트니스팀 창단을 구상하고 있다. “피트니스팀을 꾸리면 달라질 겁니다. 선수들이 생계 때문에 레슨에 묶이지 않도록 ‘소속’을 주고, 구미의 이름으로 아시아와 세계 대회에서 메달을 따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최 감독의 목표는 단순한 성과를 넘어, 시민이 함께 호흡하고 성장하는 ‘피트니스 도시 구미’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보디빌딩은 인생의 압축판”
최 감독은 보디빌딩과 인생의 유사성에 대해 깊은 통찰을 보여주었다. “몸을 위한 적당한 운동은 안정된 삶과 닮았습니다. 더 큰 성과를 내려면 절제가 필요하지만, 과하면 부상합니다. 결국 균형이 핵심입니다.” 그는 무대 위의 1분을 위해 하루 24시간을 설계하는 보디빌더의 태도에서 인생의 본질을 본다고 말했다.
구미에서 지도자로 출발해 선수 발굴과 청소년 육성, 생활체육 활성화에 앞장서 온 최문희 감독은 “이번 감독직을 개인의 영예가 아닌 지역 스포츠 발전의 계기로 만들겠다”며 “경북의 선수들이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보디빌딩은 제 인생의 압축판입니다. 선수들이 자신을 믿고 스스로의 무게를 감당하는 것, 그것이 감독으로서의 첫 임무이자 제 마지막 꿈입니다”라는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