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하겠다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했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이를 통과시키며 “국가 온실가스 감축 속도를 높이겠다”고 한다. 하지만 철강업계의 한숨은 더 깊어졌다. 이미 경기침체와 저가 철강재 수입, 미국의 50% 품목관세,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등으로 벼랑 끝에 몰린 철강산업이 NDC 속도전의 또 다른 ‘규제 폭풍’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NDC 목표 상향으로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할 탄소배출권 비용은 최소 5000억 원에서 최대 2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감축 설비 투자와 신기술 개발을 위한 자금까지 포함하면 천문학적 규모다. 포스코는 2050년까지 탄소 대신 수소로 철광석을 환원하는 ‘하이렉스(HyREX)’ 기술 개발에만 40조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수소환원제철, 탄소포집·저장(CCUS), 블루카본 조성 등 대규모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처럼 산업 현장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철강산업의 녹색전환을 제도적으로 지원할 ‘K-스틸법(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은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월 여야 의원 106명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철강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녹색철강기술 전환을 위한 재정·세제 지원, 연구개발 투자, 생산비용 보조 등을 담고 있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필요성을 인정했지만 정작 정치권의 극한 대립으로 본회의 상정이 번번이 무산됐다. 최근 검찰의 대장동 사건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격화하면서 이번 11월 본회의에서도 K-스틸법이 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산업 현안이 또 정치 변수에 휘말린 것이다. 정부가 ‘탈탄소 속도전’으로 기업을 압박하는데 국회는 그 부담을 덜어줄 입법을 지연시키는 모순적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K-스틸법의 조속한 통과야말로 탄소중립 시대의 ‘산업 생명선’이자 국가 경제를 지탱할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정부의 탈탄소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산업 기반을 지탱할 입법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
- 기자명 경북일보
- 승인 2025.11.12 16:37
- 지면게재일 2025년 11월 13일 목요일
- 지면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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