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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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든 갈 수 있는 튼튼한 지느러미로
나를 원하는 곳으로 헤엄치네

돈이 없는 사람들도 배불리 먹을 수 있게
나는 또다시 바다를 가르네

몇만 원이 넘는다는 서울의 꽃등심보다
맛도 없고 비린지는 몰라도

그래도 나는 안다네 그동안 내가 지켜온
수많은 가족들의 저녁 밥상

나를 고를 때면 내 눈을 바라봐줘요
난 눈을 감는 법도 몰라요

가난한 그대 날 골라줘서 고마워요
수고했어요 오늘 이 하루도

​[감상] 루시드 폴의 ‘고등어’를 듣는다. 고등어를 셀 때는 ‘손’을 쓴다. 조기, 고등어, 배추 등 한 손에 잡을 만한 양이 ‘손’이다. 그런데 고등어 한 손은 두 마리. 소금에 절이기 위해 배를 갈라 내장을 빼놓고 보니 한 마리는 너무 적은 양이라 두 마리씩 새끼줄에 꿴 데서 유래했다. 고등어는 ‘등급 높은 물고기(高等魚)’가 아니라 ‘등이 부풀어 오른 물고기(皐登魚)’다. 일본에서는 고등어를 ‘사바(鯖)’라고 한다. 은밀한 청탁이나 뒷거래를 뜻하는 ‘사바사바(짬짜미)’가 여기서 나왔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로 시작하는 가수 김창환의 노래 ‘어머니와 고등어’도 있다. 루시드 폴의 ‘고등어’를 들으며 문학, 역사, 철학을 두루 맛본다. 역시나 영양가 만점 국민 생선이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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