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재형 소방장·오혜정 소방교, 백혈병 환자에 조혈모세포 기증
현장 구조 넘어 ‘생명 나눔’ 실천, 지역사회 귀감

▲ 예천소방서 소속 오재형 소방장(남)과 오혜정(여) 소방교가 조혈모세포 기증서를 받고 소방서에서 기념촬영을 한 장면. 예천소방서 제공
▲ 예천소방서 소속 오재형 소방장(남)과 오혜정(여) 소방교가 조혈모세포 기증서를 받고 소방서에서 기념촬영을 한 장면. 예천소방서 제공

겨울의 문턱,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따뜻한 생명의 온기가 퍼지고 있다.

예천의 두 소방관이 자신의 피와 세포를 나눠 백혈병 환자에게 새로운 생명을 선물했다. 화마 속에서 생명을 구하던 손길이 이번엔 ‘조혈모세포 기증’이라는 또 하나의 구조로 이어졌다.

예천소방서 소속 오재형 소방장과 오혜정 소방교가 각각 조혈모세포를 기증하며 백혈병 환자에게 희망을 전했다. 두 사람은 “소방관으로서 생명을 지키는 일은 당연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지보119안전센터에서 근무하는 오재형 소방장은 최근 가톨릭대학교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익명의 급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조혈모세포를 기증했다.

그의 생명 나눔은 22년 전, 헌혈을 계기로 알게 된 조혈모세포 제도에서 비롯됐다. 당시 등록만 해둔 채 시간이 흘렀지만, 지난 8월 기증 요청을 받자 그는 “망설임이 없었다”고 말했다.

10월 건강검진과 적합 판정을 거쳐, 11월 초 영주자인병원에서 3일간 촉진제를 맞고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중심정맥관을 통한 조혈모세포 채취를 진행했다.

“23년 전 등록할 땐 막연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그 순간을 기다려온 것 같았습니다. 제 세포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보람입니다.”

그의 목소리엔 담담하지만 뜨거운 확신이 묻어 있었다.

또 한 명의 주인공, 오혜정 소방교 역시 생명을 잇는 길을 걸었다.

그는 지난 2013년 ‘생명나눔 실천본부’를 통해 기증을 서약하고, 약 12년 만에 조직적합성항원(HLA)이 일치한다는 연락을 받아 대구의 한 병원에서 기증을 진행했다.

현재 예천소방서 구급대에서 근무하는 오 소방교는 평소에도 13차례 헌혈, 심폐소생술로 환자 소생 등 생명 나눔을 몸소 실천해온 현장의 ‘하트 세이버(Heart Saver)’다.

안영호 예천소방서장은 “두 대원이 보여준 용기와 헌신은 소방의 근본 가치인 ‘생명 존중’ 정신을 가장 아름답게 실천한 사례”라며, “이들의 따뜻한 나눔이 예천 지역사회 전반에 생명사랑의 울림으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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