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생애가 꾸덕꾸덕 말라가요
누구의 음모였을까요
내 눈을 관통해 갈 야만이 도사리고 있다는 걸
눈부신 햇살과 싱싱한 비린내는 덫이라는 걸
눈이 뚫리고서야 깨달아요
생을 단번에 뚫고 갈 무엇이 있다면
온 몸으로 안을 밖에요
내 안의 비밀 하나씩 벗겨지는 동안
피 흘릴 겨를도 없이 통증은 커지기만 하고
마침내 남은 기름기마저 떨궈내고 있네요
깊고 푸른 심해를 돌아오는 내내
내 몸엔 파도의 지문이 선명하게 찍혀
자꾸만 혹독한 풍랑을 불러들여요
달빛은 벼랑 끝까지 나를 몰고 가고
바다의 기억을 말리는 보름 동안
늑골마다 숨가쁜 바람이 빼곡하죠
장대 끝에 매달려 짜디짠 굴곡을 더듬어도
출렁이는 노래는 다시 부를 수 없어요
파도를 후렴처럼 끌고 다니던 생의 구비
기억조차 서러운 경계에 이르러
더욱 날카롭게 파고드는 낯선 풍경들
아, 저기 망망대해를 마주한 당신
그 찰진 입맛으로 또 나를 관통해 가는군요
그리하여 과메기,
[감상] 과메기는 청어의 눈을 꼬챙이로 꿰어서 말렸기 때문에 눈을 뚫은 물고기라는 뜻으로 ‘관목어(貫目魚)’라고 불렸다. 찬 바람 불면 바야흐로 과메기 철이다. 교원대에서 함께 연수받는 몇몇 동료들에게 구룡포 과메기를 맛보여주었더니 다들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감탄사를 쏟아낸다. 아예 올겨울엔 포항으로 가자고 대동단결했다. “그 찰진 입맛으로 또 나를 관통해 가는군요”를 읽으니 또 입에 침이 고인다. 대동단결, 대단한 과메기다. <시인 김현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