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의 눈부신 발전은 각 분야에서 전문성이 깊어졌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첨단 과학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사회의 거의 모든 영역이 세분화되면서 인간의 삶은 이전보다 훨씬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화의 이면에는 또 다른 현실이 존재한다. 아무리 한 분야의 전문가라 하더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무지하거나 초보자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결국 우리는 각자의 영역에서는 ‘전문가’이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모두 ‘비전문가’로 살아가고 있다.
이런 이유로 현대 사회는 전문가의 역할에 더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과 방송이 관련 분야의 전문가를 찾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반 대중은 모든 분야의 지식을 직접 검증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의 분석과 판단에 기대어 세상을 이해한다. 즉,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가 사회의 인식 구조를 지탱하는 핵심 축이 된 셈이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지녀야 할 최소한의 양심, 곧 직업윤리의 핵심은 무엇일까?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주장을 하지 않는 자세, 그리고 자신의 견해가 다수 전문가의 견해와 다르다면 그것이 ‘소수 의견’임을 명확히 밝히는 정직한 태도라고 할 것이다. 전문가는 사회가 의지하는 등불과 같기에, 그 빛이 왜곡되면 대중은 방향을 잃고 사회 전체의 신뢰 구조가 흔들리게 된다.
문제는 이런 기본적 윤리가 점차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요즘 방송과 유튜브, 각종 언론을 보면 특정 정치적 입장에 따라 명백히 틀린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법률 분야만 보더라도, 비전문가가 법조문만 읽어봐도 알 수 있는 사안에 대해 국회의원, 고위공직자, 혹은 법률 전문가라는 사람이 공공연히 틀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들의 의도는 명확하다. 설사 틀린 주장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속한 진영의 지지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심리적 논거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어떤 경우는 진정으로 몰라서 틀린 말을 하는 듯 보이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는 무능의 문제이며, 알아보려는 노력의 결여라고 할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진실이 무엇인지’보다 ‘우리 편의 유불리’를 먼저 따지는 마음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즉, 진실을 알려는 노력을 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이런 태도가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낼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신뢰를 붕괴시키는 독이 된다. 전문가 집단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일반 시민은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할지 혼란에 빠진다. 그 결과, 사회의 정책 결정 과정은 혼돈에 빠지고, 공공 담론은 더 이상 사실이 아닌 감정과 진영 논리에 의해 지배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합리적 토론이 불가능해지고, 결국 민주주의의 기반인 공적 신뢰 자체가 붕괴될 위험이 있다.
다행히 오늘날에는 진실을 검증할 수 있는 수단이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최근에는 인터넷 검색 기능과 특히 인공지능의 발전 덕분에 일반인도 손쉽게 다양한 자료를 찾아서 확인할 수 있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그 길을 찾아갈 도구는 충분히 갖춰져 있는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다. 진실을 알고자 하는 정직한 의지와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스스로 속지 않고 남을 속이지도 않으며 사회의 공적 신뢰를 지키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