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시로 풀어낸 ‘삶의 본질’…노년의 헤세 사유 담은 대화록으로 작품 이해도 높여
‘작은 행복·고독·자기성찰’ 재조명…난해한 세계관 친근하게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

▲ 책 표지 이미지.연합
▲ 책 표지 이미지.연합

삶의 본질을 물으며 ‘데미안’, ‘유리알 유희’,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등 수많은 명작을 남긴 세계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1877~1962). 그러나 종교적 상징과 사유적 문장이 자주 등장하는 그의 작품 세계는 일반 독자에게 쉽지 않은 장벽이기도 했다.

최근 이러한 난해함을 덜고, 헤세의 내면 사유에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두 권의 책이 잇달아 출간됐다.

△ 일상의 작은 기쁨에서 자기 존재로…‘그럼에도 나는 이 삶을 사랑하므로’

더퀘스트가 펴낸 ‘그럼에도 나는 이 삶을 사랑하므로’는 헤세의 수필과 시 가운데 ‘작은 행복’, ‘고독과 치유’, ‘본래의 나로 살아가기’라는 세 축을 따라 35편의 글을 엄선해 엮었다.

이 책은 헤세의 소설 속 무거운 사유가 일상의 언어로 풀린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는 수필 ‘작은 기쁨’에서 ‘우리가 삶에서 놓치고 있는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매 순간을 음미하는 능력’이라며, 분주함을 인생의 목표로 오해하는 태도가 기쁨을 파괴한다고 말한다.

특히 2부의 ‘슬픔과 고독을 견디는 법’, 3부의 ‘자기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지금 시대의 독자들이 헤세와 가장 깊이 마주할 수 있는 지점이다.

책 말미엔 필사 노트가 마련돼 있어 독자가 헤세의 문장을 직접 따라 쓰며 사유를 체화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노년의 헤세와 융이 남긴 사유의 흔적…‘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

생각지도에서 출간된 ‘헤세와 융, 영혼의 편지’는 칠레 출신 작가이자 외교관이었던 미구엘 세라노(1917~2009)가 헤세와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을 수년간 직접 만나 나눈 대화와 서신 교류를 기록한 책이다.

세라노는 젊은 시절 ‘데미안’과 융의 저서에 매료돼 두 사람을 ‘내면의 스승’으로 여겼고, 후에 유럽에서 헤세를 여러 차례 찾아가 작품의 뿌리와 정신을 묻는다.

1950년대 세라노가 스위스 티치노 산중의 집을 직접 방문했을 때, 이미 70대였던 헤세는 외부와의 접촉을 줄이고 ‘내면의 완성’을 탐구하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그는 세라노에게 작품관과 삶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들려주었다.

헤세는 이 책에서 ‘나르치스와 골드문트’의 두 인물을 ‘영혼의 상반된 성격’이라 규정하며 ‘묵상과 행동이 언젠가 통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작품의 핵심 주제가 훨씬 명료하게 다가오는 대목이다.

1951년부터 이어진 이 대화록은 훗날 스페인어, 독일어, 영어, 이탈리아어 등 여러 언어로 번역되며 헤세 연구의 주요 1차 자료로 자리 잡았다.

△ 헤세를 다시 읽게 하는 두 권의 책

두 책은 공통적으로 ‘어려운 헤세’를 ‘이해 가능한 헤세’로 바꿔 놓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

한 권은 삶의 소소한 기쁨과 고독을 헤세 자신의 언어로 만날 수 있도록 안내하고,다른 한 권은 거장의 노년기 사유와 융 심리학과의 접점을 통해 작품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한국 독자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헤세의 작품을 다시 펼치려는 이들에게 두 책은 유용한 안내서가 될 전망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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