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주 국빈회담 무역 합의 내용 확인
한국산 자동차 관세 일률 15%로 조정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협력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
▲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장으로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연합

미국 백악관이 13일(현지시간) 한미 무역 합의 관련 내용이 담긴 팩트시트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한 합의안은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주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내용이다.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국빈 회담을 열고, 핵심 산업·통상·안보 전반에 걸친 ‘미-한 동맹의 새로운 장’을 선언했다. 경주에서 국빈 방문 행사가 열린 것은 한국 역사상 처음이며, 동일 정상을 두 번째 국빈으로 맞이한 것도 전례가 없다.

두 정상은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질서의 안정적 관리에 동맹의 역할을 명확히 했다. 회담 합의 내용이 담긴 팩트시트의 핵심 내용은 △전략 산업 협력 확대 △대규모 상호 투자 △관세 조정 △공급망·기술 협력 △확장억제 강화로 요약된다.

산업·통상 분야에서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한국의 미국 조선·반도체·에너지 부문에 대한 대규모 투자다. 지난 7월 발표된 ‘전략적 무역·투자 협정’을 재확인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승인한 조선 분야 1500억 달러, 추가 전략투자 MOU에 따른 2000억 달러 규모의 한국 투자 약속이 공개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자동차·부품·목재 등에 부과되던 232조 관세를 일률 15%로 조정하며, 기존 FTA 또는 최혜국대우(MFN) 관세율과 연동해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반도체·의약품·항공기 일부 품목에 대한 14257호·9704호·9705호 관세는 단계적으로 철폐된다.

외환시장 안정과 관련해, 한국은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을 조달할 의무가 없음을 명확히 했고, 양국은 외환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한 조정 절차도 마련했다. 한국 기업의 미국 내 투자 역시 확대된다. 한국 기업들이 지난 8월까지 발표한 15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직접투자(FDI), 대한항공의 보잉 항공기 103대(360억 달러) 구매 등이 대표적이다.

규제·무역 분야에서는 한국이 미국산 연방자동차안전기준(FMVSS) 자동차의 연간 도입 상한을 철폐하고, 농식품 비관세 장벽 완화, 디지털 서비스·데이터 이전 차별 방지 등을 약속했다. 양국은 WTO 전자전송 관세영구유예 지지를 재확인하며, 특허·지식재산 보호와 강제노동 근절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안보 부문에서는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과 주한미군 주둔 의지가 재확인됐다. 한국은 국방비를 GDP의 3.5%로 증액하고, 2030년까지 미군 장비 구매 250억 달러, 주한미군 지원 330억 달러를 추진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도입을 승인했고,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협력도 확대된다. 조선·원자력 분야에서는 한국이 미국 상선·군함 건조 참여 가능성을 공식화했다.

두 정상은 북한 비핵화, 대만 해협의 안정, 자유항행 원칙을 재확인하며 일본과의 3자 협력 강화에도 뜻을 모았다. 경주 정상회담은 경제·안보·기술 생태계를 포괄하는 구조적 합의가 집약되며, 향후 동맹 작동 방식의 전면적 변화를 예고했다.
 

이동욱 기자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