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총회서 119표로 당선…법광·홍관 스님 제치고 차기 주지 확정
총림 해제·법정 공방·직무 정지 혼란 속 선출…“갈등 수습 첫 과제”
대구 팔공산 동화사 신임 주지에 선광스님이 선출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선거관리위원회는 14일 오후 1시 동화사 설법전에서 주지 선거인 산중총회를 개최한 결과 선광 스님이 차기 주지로 확정됐다. 동화사가 팔공총림 해제 이후 법적 분쟁과 내부 갈등을 겪어 온 터라, 이번 선거는 교구 정상화의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이날 총회에는 262명의 선거인단이 참여했다. 선광 스님은 119표를 얻어 86표를 얻은 법광 스님, 57표의 홍관 스님을 여유 있게 따돌렸다.
선광스님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당선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어 “홍관스님과 법광스님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다”면서 “교구의 큰 어르신이신 진제 전 종정예하를 비롯해 전 원로의원 지성스님, 무광등대종사, 자광대종사 등 산중모든 어르신께 삼배정례 올린다”고 인사를 이어갔다.
선광스님은 “주지를 출마하면서 대중스님들로부터 동화사 정상화를 위해 앞장서 달라는요청이 있었고, 저는 주지가 된다는 것은 그 사명을 부여받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주지는 권력자가 아니다. 본사 주지는 주어진 권한으로 교구스님들의 수행을 돕고, 포교의 역량을 키우는 심부름꾼이다. 그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부터 대중스님들께서 동화사 정상화의 염원을 담아 저에게 부여한 주지라는권한으로 한국 불교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대구경북 불교의 새로운 장을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1977년 조계사에서 수계한 선광 스님은 조계사·동화사 총무국장, 호압사·안일사 주지 등을 거쳤으며 현재 18대 중앙종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특히 100여 명의 스님들로 구성된 ‘팔공산 동화사 정상화를 위한 대중회의’의 지지를 받으며 안정적 종무 운영 경험을 강점으로 평가받았다.
동화사 선거가 촉발된 배경에는 지난 3월 조계종 중앙종회의 ‘팔공총림 해제’ 결의가 자리한다. 총림은 선원·강원·율원을 모두 갖춘 종단 내 최고 전통 수행체계로, 해제 결정은 교구에 적지 않은 충격을 남겼다.
동화사 측은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중앙징계위원회가 ‘특별감사 명령 반복 거부’를 사유로 당시 주지 혜정 스님의 직무 정지를 의결했고, 이에 혜정 스님이 사퇴하면서 이번 산중총회가 열리게 됐다.
한 조계종 관계자는 “총림 해제 결정부터 법정 공방, 주지 직무 정지까지 이어진 혼란은 교구 신뢰에 큰 부담이 됐다”며 “새 주지의 첫 과제는 갈등을 수습하고 질서를 복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선광 스님은 중앙종무행정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4년 임기에 돌입한다. 동화사가 내부 재정비를 넘어 지역 불교계의 균형점을 회복할 수 있을지, 새 지도부의 첫 걸음에 이목이 쏠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