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시인 36명·72편 담은 한영 대역 시선집…세계 독자에 K-시 소개 발판

▲ 여국현 시인 영역시집 Contemporary Korean Lyric Poems
▲ 여국현 시인 영역시집 Contemporary Korean Lyric Poems

여국현 시인이 한국 현대 서정시인 36명의 작품을 각 2편씩, 총 72편을 영역한 ‘Contemporary Korean Lyric Poems’(우리시움, 2025)을 출간했다.

이번 시집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지원사업으로 간행된 것으로, 2022년 3월부터 2025년 6월까지 웹 매거진 ‘시인뉴스포엠’의 코너 ‘여국현 시인의 우리시를 영시로’를 통해 번역·게재한 작품들을 엄선해 묶은 것이다.

고두현, 권선희, 김명리, 나종영, 서숙희, 이송희 등 오늘의 한국 시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인들의 작품이 한글 원문과 영문 번역을 나란히 실은 이 시집은 한국 독자뿐 아니라 해외 독자들에게도 한국시와 한국문학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기대를 불러일으킬 만한 작업으로 평가된다.

이미 ‘Park In Hwan‘s Collective Poems’(2021), ‘Rim Poe’s Questions And Answers on The Mountain’(2022), ‘Park So Won‘s Ah, Ah’(2024) 등 네 권의 영역시집을 펴낸 바 있는 여국현 시인은 번역 과정에서 “한국어 고유의 결과 맛을 살리면서도 영어권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표현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K-컬처’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그 정수라 할 수 있는 한국어 시와 시인들을 세계 독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이번 시집의 출간은 그 자체로 의미가 크다. 시라는 장르는 문화적 감수성과 정체성을 가장 섬세하게 담아내는 매체이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오민석 명예교수(단국대 영미인문학과)는 “한국문학번역원이 있음에도 한국문학 번역의 규모는 여전히 작고, 실제 번역 소개 작업의 상당 부분이 민간의 개인들에게 맡겨져 온 것이 현실”이라며 “그런 조건에서 여국현 선생이 낸 이 책은 참으로 소중한 성취”라고 평가했다.

또한 그는 “시인의 지명도나 수상 경력과 관계없이 진실로 시에 집중하며 꾸준히 작품을 써 온 ‘현재 가장 활발한 시인들’을 번역 대상으로 삼은 점이 주목된다”며, “한글 원문과 영어 번역을 나란히 읽다 보면, 오늘의 한국 시문학이 지닌 굵은 뼈대와 결을 생생히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여국현 시인에 대해 “영어·영문학을 오래 연구한 학자이자 시인”이라며 ‘Contemporary Korean Lyric Poems’이야말로 “가장 적절한 번역자가 가장 적절한 시인들의 작품을 번역한 역서”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한국시의 풍요를 영어의 바람 소리와 함께 들어보면, 하모니카의 두 겹 바람구멍처럼 이중 언어의 시가 독자의 가슴을 청량하게 흔들어 줄 것”이라는 감상을 덧붙였다.

이번 시집 출간을 계기로 한국시와 한국문학 번역 작업에 대한 관심이 한층 더 높아지고, 보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영역(英譯) 프로젝트가 확산되기를 기대하게 한다.

한편 여국현 시인은 현재 중앙대와 방송대에서 강의하고 있으며, 매주 화요일 오후 4시 포항 KBS 1라디오에서 ‘10분 인문학’을, 미국 워싱턴 라디오한국에서 매주 일요일(한국시간) 오전 11시에 ‘여국현 시인의 인문학 산책’을 진행하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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