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어사에 와 보셨나요
적바림에 잊고 있었던 혜공이 원효를 만나던 날
오어사 동종이 바람에 뎅뎅 혼자 울고 있었습니다
기운 빠진 여름이 풍경에 매달려 소리공양을 올리고
제비집처럼 지어진 자장암과 산 깊은 원효암에 올랐습니다
오어지가 보이는 법당에 인연이 물살로 흔들리고
산속 암자에 눌러앉아 그냥 쉬고 싶어집니다
혜공과 원효의 내공이 듬뿍 담긴 비빔밥 먹다
고기 똥 떨어지는 소리에 물고기 바람타고 올라갑니다
그대 정말 오어사에 와 보셨나요
[감상] 가을 오어사에는 ‘단풍 물고기’가 산다. 거대한 단풍 물고기다. 아기자기한 단풍 물고기다. 세월을 헤엄쳐 가는 ‘지금, 여기’의 마지막 단풍 물고기다. 절벽에 있는 자장암에서 내려다보면 저 멀리 단풍 물고기가 헤엄쳐 가는 게 보인다. 그 사람도 보인다. 수많은 추억이 단풍 물고기 울긋불긋한 비늘에 얼비쳐 서럽다. “그대 정말 오어사에 와 보셨나요”라는 시구에 애간장이 녹는다. 단풍 물고기가 한 마리가 저만치 떠나간다. 안녕! 오어사 단풍 물고기! <시인 김현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