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시간대 상주영천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유조차 연쇄 추돌 사고는 단순한 도로 사고가 아니라 제도적 허점을 드러낸 재난이었다. 13대의 차량이 연달아 추돌하며 2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벙커C유 유출과 수로 오염까지 이어졌다. 도로 위 안전망이 작동하지 않으면 사고는 한순간에 재난으로 확장된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사고는 17일 새벽 유조차가 앞서가던 25t 화물차의 적재함을 들이받으면서 시작됐다. 뒤따르던 차량들이 연쇄 추돌했고, 일부 화물차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반대편에서도 사고 화물차에서 떨어진 H빔을 피하려던 차량들이 옹벽·가드레일과 충돌하며 피해가 확대됐다. 교량 아래로 흘러내린 기름은 인근 수로와 농지로 흘러들어 광범위한 환경 오염을 일으켰다. 현장은 5시간 넘게 양방향 통행이 전면 통제되며 도로 기능을 상실한 상태가 이어졌다.

문제의 본질은 위험물 운송 차량에 대한 관리 체계가 사고 확산을 막을 만큼 정교하지 않다는 데 있다. 야간 운행 시 시야 확보 문제, 대형차량 간 안전거리 유지, 운행기록장치를 통한 속도·휴식 관리 등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확인해야 한다. 사고 이후 2차·3차 추돌을 막는 도로공사와 경찰의 초기 제동 조치도 충분했다고 보기 어렵다. 기름 유출에 따른 수질·토양 오염에 대한 지자체와 도로관리 기관의 환경 대응 체계가 현장 중심으로 설계돼 있는지도 점검해야 할 과제다.

이번 사고를 ‘복합 위험 관리 실패’로 봐야 한다. 유조차 사고는 단일 차량의 충돌로 끝나지 않는다. 화재·유해물질 유출·장시간 통행 제한 등 피해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므로, 더 높은 수준의 예방 규율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운송 차량의 정기 점검과 운전자 교육에 의존한 채 실시간 위험 통제 장치가 미흡하다. 사고가 반복될 때마다 도로공사·경찰·지자체가 각자 대응에 나서는 방식으로는 동일 유형의 참사를 막기 어렵다.

상주영천고속도로 사고는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의 결과다. 정부와 지자체, 도로관리 기관은 위험물 운송 차량의 고속도로 운행 관련, 전면적 제도 재설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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