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현대 등 대기업들이 향후 5년간 800조 원이 넘는 국내 투자 계획을 내놨다. 삼성 450조 원, 현대차 125조2000억 원, SK·LG·HD현대·셀트리온 등 주요 그룹까지 참여한 이른바 ‘초대형 국내 투자 드라이브’다. 경기 침체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한국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반도체·AI·배터리·로봇 등 미래 산업의 핵심 분야를 국내에서 육성하겠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막대한 투자 대부분이 수도권에 집중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이미 500대 기업 본사의 77%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서울에만 284곳이 자리하고 있다. 반면 대구는 7곳, 경북은 16곳에 불과하다. 본사 편중은 세수·인재·일자리·R&D·서비스 산업까지 지역 간 격차를 구조적으로 고착시키는 핵심 요인이다. 대기업들이 발표한 천문학적 액수의 투자가 자칫 수도권에 집중될 경우 비수도권과의 격차가 더욱 심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삼성의 평택 반도체 5공장, SK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주요 반도체·AI·디지털 인프라 투자의 대부분은 수도권에 예정돼 있다. 삼성의 경우처럼 대기업들의 향후 800조 원 투자가 ‘수도권 슈퍼 클러스터’를 키우는 데 사용된다면 정부가 정책과제로 하고 있는 지역 균형발전과 지방 소멸 위기 극복은 공염불이 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방 활성화와 산업 분산을 위해 더 많은 관심 가져 달라”고 기업에 요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북·대구에서는 이미 청년 순유출이 전국 최상위권으로 한 해에 20대 5만 명이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현실은 국가 지속성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대기업 국내 투자는 고용 창출과 산업 생태계 강화라는 측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어디에 투자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수도권에만 투자하면 과밀은 더 심화되고 지방에는 청년 유출과 산업 공동화는 더욱 가속화 할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투자를 결정할 때 ‘투자 총액’보다 선제적으로 ‘투자 구조’와 ‘투자 분산’에 깊이 고려하게 조정해야 한다. 이번 투자 계획이 지역균형발전의 전환점이 되도록 규제 완화·R&D 지원·세제 혜택을 지역 중심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 기자명 경북일보
- 승인 2025.11.17 16:15
- 지면게재일 2025년 11월 18일 화요일
- 지면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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