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몽사몽 감긴 눈 뿌옇게 하루 열고
한술 뜨던 숟가락은 혓바늘에 막힌 채
왜냐는 질문은 유보해, 이유 따윈 접어둘 것
우정이란 이름도 전략적으로 접근할 것
치고 빠지는 타임도 절묘하게 굴려 가며
철저히 계산해야 해, 관계 맺기와 일상들
단잠은 돌돌 말아 옷걸이에 걸어둔 채
오지선다 선택지 앞에 퇴로조차 꽉 막혀
헷갈린 문제투성이 속, 내 꿈은 어디 있나
[감상]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지난주에 있었다. 1994년 ‘수능’ 도입 이후 32년이라는 긴 세월이 흘렀지만, 수능 뉴스는 약속이나 한 듯이 닮았다. 고교 후배들의 개성 넘치는 응원, 경찰의 도움으로 시험장에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수험생. 시험을 마치고 나온 자녀를 따뜻한 안아주는 아버지의 모습은 다음날 일간지 1면 기사에 꼭 실린다. 김원화 시인은 “우정”조차도 “철저히 계산해야”하고 “퇴로조차 꽉 막”힌 “문제투성이 속” 고3의 힘겨운 삶을 응시하며 위로와 격려의 목소리로 수험생들의 “꿈”을 응원한다. 어쩌면 삶은 고해(苦海)가 아니라 시험(試驗)인지 모른다. 선택하고 책임지는 게 인생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요기 베라의 말이 떠오른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최선을 다할 뿐. 대한민국 수험생들의 건투(健鬪)를 빈다. <시인 김현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