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편 고전을 사계절 구조로 읽어낸 관점 소개…작가의 삶·창작 맥락까지 깊이 탐구
“고전은 지금도 말을 건네는 생명체”…독자 질의로 공감 확산, 지역 애정도 전해져

▲ 제2회 인문문화축제와 연계해 지난 14일 포항 책방 수북에서 열린 문학평론가 손정수의 북토크가 큰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 제2회 인문문화축제와 연계해 지난 14일 포항 책방 수북에서 열린 문학평론가 손정수의 북토크가 큰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제2회 인문문화축제와 연계해 지난 14일 포항 책방 수북에서 열린 문학평론가 손정수의 북토크가 큰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이희정 시인(한동글로벌학교 사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행사는 최근 출간된 손정수 평론가의 비평에세이 ‘고전의 사계’를 중심으로 ‘고전을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주제로 펼쳐졌다.

이번 북토크는 스물두 편의 고전을 ‘사계절’이라는 독창적 구조로 읽어낸 저자의 관점을 생생하게 전달한 자리였다. 책에는 ‘프랑켄슈타인’ ‘폭풍의 언덕’ ‘마담 보바리’ ‘죄와 벌’ ‘태고의 시간들’, 그리고 한국 현대문학의 대표작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까지 다양한 고전과 그 변주가 담겨 있다.

강연에서 손정수 평론가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호밀밭의 파수꾼’을 언급한 일화, 작품 창작기의 숨은 맥락, 고전이 시대를 통과하며 맞닥뜨리는 ‘운명’, 작가에게 요구되는 윤리와 사명 등을 예리하게 짚었다. 그는 고전이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계속 말을 걸어오는 살아 있는 생명체”라고 강조해 관객의 공감을 이끌었다.

강연 말미 이어진 질의응답에서는 독자들의 깊은 독후가 이어졌다. 한 참가자는 “서문에서 고전을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의 문제에 언어와 이야기로 답하려 했던 의지의 결과’라 표현한 대목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이어 특별히 애정하는 작품, 집필 과정에서 가장 고된 작품에 대한 질문들이 쏟아졌고, 저자는 “고전은 언제나 다르게 읽히는 텍스트이기에 쓰는 과정도 매 순간 재발견의 연속이었다”고 답했다.

또한 손정수 평론가는 “포항은 지난 20년간 강의와 집필을 오가며 나에게도 하나의 사계절을 만든 도시”라고 말하며, 지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포항 시민들을 비롯해 에세이·소설 창작자, 독서회 회원, 그리고 저자의 제자 등 다양한 독자층이 참여했다.

손정수 평론가는 3년간 격월간지 《Axt》에 연재한 글을 바탕으로 이 책을 완성했다. 그는 “삶의 문제가 작품에 옮겨지는 창작의 과정에도 관심을 두고자 했다”고 밝힌다. 책 속 스물두 편의 산문은 단순한 작품 해설이 아니라, 작가의 삶과 내면적 시간을 함께 읽어내는 촘촘한 분석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저자는 고전 비평에 캐나다 비평가 노스럽 프라이의 ‘계절의 뮈토스’를 적용했다.

△여름—현실의 압력을 뚫고 솟아오르는 환상의 힘△가을—삶의 미궁과 서사의 미로△겨울—인간과 시대의 고뇌△봄—열린 결말과 미래의 가능성

이 사계절의 구성은 한 사람의 삶, 한 작품의 생성 과정, 그리고 독자가 고전을 다시 만나는 여정과도 겹친다. 그 결과 ‘고전-읽기’는 한 권의 책을 넘어서 인간을 이해하는 사유의 길로 확장된다.

문학비평 활동 30여 년, 한국문학의 거의 모든 중요한 작가를 비평적 시선으로 읽어낸 손정수 평론가의 이번 책은 일반 독자에게도 고전의 새로운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손정수 문학평론가는 서울대학교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30여 년간 한국문학 연구와 비평 활동을 병행해 왔다.

평론집으로 ‘미와 이데올로기’ ‘뒤돌아보지 않는 오르페우스’ ‘비평, 혹은 소설적 증상에 대한 분석’ ‘텍스트와 콘텍스트’ ‘소설 속의 그와 소설 밖의 나’ ‘소설, 밤의 학교’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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