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의 상·하수관 노후화가 심각하다. 대구의 하수관로 71%, 상수도관 46%가 노후 판정을 받았다. 경북 다수 시·군에서도 하수관로 노후율이 40~60%대에 이른다. 30년 이상 된 관로가 도시 곳곳에 깔려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고 단체장의 치적 사업으로 부각되기 어려워 방치돼 온 것이 현실이다. 그 결과 상수도 불순물 유입과 수질 저하로 이어지고, 하수관은 누수·침하·싱크홀 등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사고의 원인 요소가 되고 있다.
환경부의 ‘2024년 수돗물 실태조사’에서 먹는 물에 대한 국민 불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수돗물을 먹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노후 수도관의 불순물’을 꼽았고(34.3%), 강화해야 할 정책에서도 ‘지자체의 노후관 교체·세척’ 요구가 42.5%로 가장 높았다. 이는 수돗물 품질에 대한 불안이 단순한 심리적 문제를 넘어 구조적 인프라 실패에서 비롯된 것임을 보여준다. 대구·경북 주민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노후 상수도관에서 녹과 침전물이 나오는 사례는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고, 하수관 파손으로 발생한 도로 침하와 싱크홀 등 민원 역시 끊이지 않고 있다.
문제는 지방 재정의 현실이 교체 작업을 더디게 만든다는 점이다. 대규모 국고 지원이 매년 줄다리기를 거쳐야만 확보되는 구조에서는 장기적 관로 정비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 상·하수관은 산업단지의 생산 활동, 병원·학교 등 필수 공공서비스, 그리고 지역 정주 환경의 기본 조건이다. 제조업·에너지 산업 비중이 높은 대구·경북은 물 사용량이 많고 하수 배출량도 커, 상·하수관의 안전성과 용량 확보가 곧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지방의 재정 취약성만을 탓하며 사업을 미뤄서는 안 된다. 정부는 광역 인프라 정비를 국가책임 사업으로 보고 예산을 대폭 확대 지원해야 한다. 상·하수도는 공공의 영역이지만, 기술 고도화와 유지보수 효율화에는 민간의 전문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구·경북의 노후 상·하수관 교체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보이지 않는 지하에 있다고 덮어둘 사안이 아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국민 생명 안전과 관련한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적극 지원과 개선에 나서야 한다.
- 기자명 경북일보
- 승인 2025.11.18 17:20
- 지면게재일 2025년 11월 19일 수요일
- 지면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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