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끊임없는 갈등과 투쟁 속에 생성되고 발전해 간다. 20세기 후반 들어 이 문화 충돌에 완충공간을 만들려는 노력이 본격화하면서 문화예술과 경영의 접목이 시도됐다.
프랑스 좌파 소설가 앙드레 말로. 그는 극우 드골 정부의 문화부 장관을 10년간 지내며 ‘문화예술 경영’이란 용어를 만들어 낸다.
귀족 엘리트 계층뿐 아니라 대중들도 문화 예술을 향유하게 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됐다. 미학과 실용성이라는 이율배반적인 키워드가 접목되고 대중도 예술 소비자로 부상한다. 공공예술이 새로운 차원을 맞게 된다. 대중과 공감하면서 그들의 문화적 영감을 끌어내기 위해 창조성과 향도성 이미지 구현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비용 개념은 묻힌다. 덕분에 문화융성기를 누리게 된다.
지난 2월 대구 수성못 상화동산에 원목 빗살 루버로 감싼 원형 건축물이 등장했다. 놀랍게도 공중화장실이다.
스페인 건축가가 설계한 이 작품은 수성못 경관에 포인트가 된다. 화장실 내부도 자연채광을 바탕으로 화사하게 꾸며졌다. 특히 앞으로 조성될 수상무대, 브릿지 등과 연계되는 훌륭한 문화 자산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대구 수성구는 대구스타디움 인근 내관지 광장에도 비슷한 규모로 예술적 화장실을 조성하고 있다. 국내 최고 건축가 승효상 씨가 설계를 맡았다.
일부에서 이들 공사에 건축비가 9억 원씩 든다는 점을 들어 예산 낭비라 공격한다. 공중화장실은 종말적인 배설 공간이란 천박한 인식이 깔려있다. ‘존중받는’ 미적 공간화 거부다. 설치예술 작품으로 볼 안목 부족이다.
현대는 익명의 대중에게 문화를 팔아야 한다. 문화적 충돌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저급한 비용 논쟁으로 도시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미 대구는 이우환 미술관 건립 포기를 통해 처절한 고통을 맛봤다.
문화예술과 경제의 갈등은 무지와 아집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