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년소매가 대비 55.58% 하락
재배면적↑·공급과잉이 주원인
경북 포도농가 “농약값도 안나와”
거봉·캠벌얼리보다 더 저렴해져
도내 지자체 판로 확보에 고심

▲ 샤인머스캣 수확 모습.경북일보DB
▲ 샤인머스캣 수확 모습.경북일보DB

“오죽했으면 땀흘려 키운 샤인머스캣을 나무에 달린 채로 그냥 버리겠냐.” “농약값도 안 나와서 샤인머스캣 재배지 1000㎡(300평)를 헐값에 넘겼다.”

경북도 내 포도재배 농민들의 볼멘소리다. 일부 농민들은 샤인머스캣 재배를 포기하고 다른 작목을 대체하려 한다.

한때 ‘과일계 에르메스’로 불리던 샤인머스캣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가격이 급락하자 전국 최대 포도 생산지인 경북도 내 샤인머스캣 재배 농가들의 표정이 어둡다.

당도 높고 향이 좋으며 씨가 없어 사랑받은 샤인머스캣은 2020년까지만 해도 2㎏ 한 상자에 3만∼5만원대에 팔렸다. 고급 선물용으로 한 송이에 2만원 안팎의 비싼 몸값을 자랑했지만 이제는 가장 싼 포도가 됐다.

1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집계에 따르면 샤인머스캣 2㎏ 평균 소매가격은 1만1240원으로 평년(2만5459원)보다 55.85%나 하락했다.

지난달 평균 소매가격은 1만3314원으로 6년 전인 2019년(3만3597원)과 비교하면 2만원이나 떨어졌다.

지난 5년간 10월 평균 가격을 살펴봐도 △2020년 3만4828원 △2021년 3만3435원 △2022년 2만4442원 △2023년 2만1046 △2024년 1만5563원으로 매년 가파른 내림세다.

거봉이나 캠벨얼리보다도 저렴하다.

지난 12일 기준 거봉 2㎏당 2만7344원으로 샤인머스캣(1만761원)보다 두배 넘게 비쌌다. 같은 날 캠벌얼리는 1㎏에 8122원에 팔렸다. 이를 2㎏으로 환산하면 1만6244원으로 샤인머스캣보다 50.9% 높았다.

이는 샤인머스캣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알려지자 많은 농가가 재배에 뛰어들면서 가격이 몇 년 만에 곤두박질친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최대 포도 생산지인 경북도 내 2020년 포도 면적 4853㏊, 포도 생산량 9만22t에서 2024년 포도 면적 7247㏊, 포도 생산량 13만512t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기준 경북도 내 포도 품종별 재배면적을 보면 샤인머스캣의 비중이 61.6%에 이른다. 캠벨얼리는 15.4%, 거봉은 10.7%로 각각 집계됐다.

샤인머스캣 비중은 경북도 조사가 시작된 2022년 54.5%에서 2023년 60.6%, 2024년 61.6%로 꾸준히 늘었다.

샤인머스캣 재배면적이 급증하면서 공급량이 대폭 늘고, 가격은 급락함에 따라 경북도 내 지자체들은 판로확대에 고심하고 있다.

영천시는 최근 전국 하나로마트, 롯데마트, 이마트와 함께하는 영천 포도 축제 개최해 올 한해 1.5㎏기준 15만8668 박스, 235t을 판매했다. 대만·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태국·홍콩·캐나다 등에 ㎏당 8000~1만 2000원으로, 181.7t 162만 8000달러를 수출했다.

서경화 경북도 과수화훼팀장은 “포도 가격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 수출길을 개척·지원 뿐만 아니라 골드스위트·레드클라렛 등 신품종 개발·보급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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