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의료비 지원·유족 1인 단체 가입 허용…“사망 후 고립·부담 해소 위한 최소한의 보호”
“헌신의 마지막 버팀목 돼야”…유족 지원 체계 미비 지적에 제도 보완 첫걸음

▲ 정희용 국회의원(국민의힘·경북 고령·성주·칠곡,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 정희용 국회의원(국민의힘·경북 고령·성주·칠곡,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남편이 돌아가신 뒤 제가 아파도 병원비가 가장 큰 걱정이었습니다. 유공자 가족이라고 하지만 도움받을 길이 없었거든요.”

칠곡군에 사는 80대 참전유공자 유족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참전유공자 유족이 의료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가 제도 정비에 나섰다.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경북 고령·성주·칠곡)은 19일 참전유공자 유족에게 의료지원과 단체 참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담은 ‘참전유공자 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법은 참전유공자 ‘본인’에게만 생계·의료지원 등 혜택을 제공한다.

대한민국6·25참전유공자회의 회원 자격 역시 본인으로만 제한돼 있어, 실제로는 배우자와 자녀는 제도 밖에 남아 있는 구조다.

이 때문에 고령의 유족이 의료비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꾸준히 지적돼 왔다.

특히 참전유공자 본인이 사망한 뒤에는 단체 활동이나 지원을 받을 경로가 사실상 끊기면서 고립되는 문제도 제기돼 왔다.

이번 개정안은 두 가지 변화에 초점을 맞췄다.

참전유공자 ‘배우자’에게 진료비·약제비 등 의료지원 제공, 배우자 또는 자녀 1인에게 6·25참전유공자회 회원 자격 부여다.

단순한 복지 확대를 넘어, 유족이 단체에서 소통하고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정치권에서는 “이제야 뒤늦은 제도 보완이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역의 유공자 단체 관계자는 “유족들은 나라를 위해 헌신한 분들의 마지막 버팀목이었지만, 정작 제도는 그분들을 내버려두고 있었다”며 “단체 참여가 가능해지면 외로움과 생활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용 의원은 이번 법안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참전유공자분들은 대한민국의 오늘을 만든 주춧돌이며, 그분들의 희생과 헌신은 영원히 기억돼야 한다”며 “본인이 먼저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가족이 의료비 걱정으로 고통받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개정안은 가족까지 포함한 국가적 예우를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중요한 첫걸음”이라며 “앞으로도 국가유공자와 그 유족이 정당한 예우를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 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보훈 선진국에서는 이미 유공자 가족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는 흐름이 일반적이다.

미국은 참전유공자 배우자에게 의료지원과 장례·교육 혜택을 제공하며, 영국 역시 ‘유족 연금’ 제도를 운영한다.

반면 한국의 참전유공자 제도는 본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어 사망 이후의 유족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개정안은 그 격차를 줄이는 첫 제도적 보완으로 평가된다.

박태정 기자
박태정 기자 ahtyn@kyongbuk.com

칠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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