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이달 말 1조2000억 원 규모의 ‘인공태양(핵융합) 연구시설’이 들어설 부지를 선정한다. 차세대 청정에너지 시대를 여는 국가 대형 프로젝트를 두고 경북 경주, 전남 나주, 전북 군산 세 곳이 경쟁하고 있다. 유치에 나선 세 곳 중 평가 기준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경주가 최적지’라는 결론이 명확히 드러난다.

핵심은 입지의 조기 착공 가능성, 연구 인프라의 연속성, 주민 수용성이다. 경주는 이 기준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지역이다. 우선 감포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용지 내 51만㎡ 부지는 이미 산업·연구단지로 계획된 땅이어서 정지·보상 등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절차가 필요 없다.

2026년 완공 예정인 문무대왕과학연구소와 인접해 있어 향후 연구 시설 간 연계와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핵융합은 장기간의 실증·검증이 필수인 분야인 만큼 연구기관의 집적도는 무엇보다 큰 경쟁력이다.

주민 수용성도 경주의 강점이다. 경주는 원자력·가속기·과학연구시설을 오랜 기간 운영해 온 지역으로 대형 과학 인프라의 성격과 역할에 대한 시민의 이해 수준이 높다. 갈등 없이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사업 기간이 10년 이상 이어지는 대형 프로젝트에서 결정적 요인이다.

산업·연구 생태계 측면에서도 경주는 포항의 플라즈마·가속기·양자·AI 연구 인프라와의 연계가 가능하다. 포항·경주를 잇는 동해안 벨트는 초전도·정밀기계·원자력 등 핵융합 핵심 기반을 이미 갖추고 있다. 연구시설 300개 기업 유치, 1만 개 일자리 창출이라는 목표를 현실화하려면 기존 산업 기반과의 연동이 필수다.

반면 나주는 에너지집적도시라는 장점이 있지만, 전력연구 중심지 성격이 강해 플라즈마·핵융합·초전도 등 정밀 기반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군산 역시 새만금 RE100 기반은 매력적이지만, 토목 기반 조성에 긴 시간이 걸리고 인근 연구 인프라가 미약해 있어서 상업적 시너지를 낼 수 없다.

정부가 강조하는 ‘조기 착공’과 ‘위험 최소화’, ‘과학기술 집적도’라는 세 기준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곳은 결국 경주다. 국가적 미래 산업의 핵심 시설을 어떤 도시가 책임지고 견고하게 운영할 수 있는지, 어디가 과학기술 생태계를 가장 빠르게 완성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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