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조량 부족·잦은 비로 착색 지연…출하량 늘었지만 최상품 줄어 중간등급 강세
KREI “11월 출하 감소·농가 저장 확대가 가격 상승 요인”…소비자 부담 당분간 이어질 듯

▲ 지난 18일 오후 2시 청송군 주왕산면에 위치한 청송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청송사과가 경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서충환 기자
▲ 지난 18일 오후 2시 청송군 주왕산면에 위치한 청송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청송사과가 경매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서충환 기자

지난 18일, 전국 최대 사과 주산지인 경북 청송군 현동면의 한 과수원.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늦가을 마무리 수확을 서두르는 사과 재배 농민의 손길이 바쁘다.

올해 사과 생산량은 다행히 전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보이나, 9~10월 잦은 비와 흐린 날씨로 착색이 지연되면서 수확이 늦어진데다 ‘대과(大果)’ 비중이 줄면서 가격은 여전히 강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은 11월 농업관측 보고서를 통해 이달 후지 사과(상품) 도매가격이 10㎏ 기준 6만 원 내외로, 지난해 5만6900원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산지 농민은 “10월에 일조량이 너무 부족한데다 비도 잦아 수확이 일주일 이상 늦어진 데다, ‘대과’ 만들기가 정말 어려웠다.”고 하소연 한다.

▲ 청송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청송사과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서충환 기자
▲ 청송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청송사과 경매가 진행되고 있다. 서충환 기자

이러한 상황은 현지 공판장 시세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청송사과유통센터 시세정보에 따르면, 지난 16일 경매 물량은 8757상자(20㎏)로, 지난해 같은 날 6025상자보다 45% 이상 크게 늘었다. 늦어진 수확 물량이 한꺼번에 출하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가격은 품질에 따라 양극화됐다.

▲ 청송의 한 과수원에 수확을 기다리는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서충환 기자
▲ 청송의 한 과수원에 수확을 기다리는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서충환 기자

지난 16일 기준 ‘미안마’ 품종 최상품은 22만1300원으로 작년(16만2000원)보다 36%나 치솟았다. 희소해진 ‘최고급’ 사과에 수요가 몰린 탓이다. 반면 ‘미시마’ 최상품은 13만3600원으로 작년(15만1000원)보다 오히려 낮았다.

청송사과유통센터의 한 경매사는 “어제(18일) 역시 물량은 지난해보다 1000여 상자 늘었지만, 가격은 ‘상품(중급)’ 기준으로 10만 원 선에 형성돼 지난해 같은 시기 9만 원대보다 확연히 높다”며 “최상품 비중이 줄고 중간 품질 사과가 많아지면서 ‘상품’ 등급 가격이 전체 시세를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 청송군 주왕산면에 위치한 청송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청송사과 경매가 한창 진행중이다. 서충환 기자
▲ 청송군 주왕산면에 위치한 청송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에서 청송사과 경매가 한창 진행중이다. 서충환 기자

KREI 자료에 따르면, 올해 사과 총생산량은 44만~46만 톤으로 전년(45만 톤 내외)과 비슷할 전망이다. 하지만 가격이 높은 이유는 ‘공급 시기’와 ‘저장’에 있다.

KREI 관계자는 “9~10월 수확 지연으로 10월(양광 품종) 반입량이 19% 줄면서 가격이 28% 넘게 급등한 경우도 있다”며 “11월에도 농가들이 향후 시장 수요를 기대하며 저장(의향)량을 전년 수준(22만 9000 톤)으로 높게 잡고 있어, 당장 시장에 풀리는 11월 출하량은 4.6% 감소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된 사과는 많지만 농가 창고로 들어가는 물량이 많아 시장 가격이 높게 유지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부담은 올해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 청송군농산물산지유통센터 인근 청송사과직판장에서는 한창 제철을 맞은 ‘부사’ 흠과(10㎏) 1상자가 8만~9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선뜻 사기엔 부담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는 주부 김수인(63) 씨는 “2~3년 전부터 사과값이 오르다 보니 ‘애플플레이션’이라는 말까지 생겼는데, 올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며 “수확이 늦어졌다니 12월까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지만, 당장은 귤이나 샤인머스캣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KREI는 후지 저장량이 전년과 비슷해 12월 이후 출하량은 전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저장 물량이 시장에 풀리는 속도와 설 명절 수요가 맞물리며 사과 가격의 고공 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충환 기자
서충환 기자 seo@kyongbuk.com

청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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