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에서 동해로 이어지는 52~55구간 60km 주목
2027년 전면 개통 목표…지역경제·생태관광 활성화 기대

▲ 탐방객들이 동서트레일 울진 구간을 걷고 있다.
▲ 탐방객들이 동서트레일 울진 구간을 걷고 있다.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을 꿈꾸는 ‘동서트레일’이 마침내 첫발을 내디뎠다.

산림청은 충남 태안에서 경북 울진까지 이어지는 총 55구간, 849km 규모의 국내 최초 장거리 트레일 중 17개 구간(244km)을 지난 10월 15일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핵심 구간은 바로 백두대간에서 동해로 이어지는 울진구간(52~55구간, 약 60km)이다. 금강송면 전곡리 원곡교에서 근남면 산포리 망양정해수욕장까지 이어지는 이 길은 깊은 산림, 능선, 마을, 해안이 하나의 여정으로 연결되어 국내에서 보기 드문 장대한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 동서트레일 울진 구간(위부터 52~55구간). 숲나들e 제공
▲ 동서트레일 울진 구간(위부터 52~55구간). 숲나들e 제공

동서트레일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단순히 걷는 여행을 넘어 ‘백패킹 중심의 체류형 트레일’이라는 점이다. 텐트와 배낭을 메고 숲속에서 1박 이상 머무르며 걷는 백패킹은 전 세계 트레커들이 사랑하는 여행 방식이며, 미국 PCT, 뉴질랜드 테아라로아, 스페인 산티아고 길이 세계적인 이유도 바로 이 ‘머무르는 길’의 매력 때문이다.

동서트레일은 지정된 대피소와 캠핑존을 갖춰 안전한 숙박환경을 제공하고, 숲·능선·계곡·마을·해안까지 다양한 지형을 모두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특히 울진구간은 백두대간 금강송 숲의 고요함을 지나 마을과 연결되고, 마지막엔 동해바다에서 일출을 맞이하며 여행을 마무리할 수 있어 백패커들이 꿈꾸는 최고의 코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림청은 이번 시범운영을 통해 이용자 의견을 수집해 안전관리, 정보 제공, 편의시설, 운영시스템을 보완할 계획이며, 2026년까지 전 구간 조성을 마친 후 2027년 완전 개통과 함께 해외 탐방객 유치에 나선다. 목표는 분명하다. “세계인이 걷는 K-트레일”을 만드는 것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작은 마을들을 되살렸듯이, 동서트레일은 한국의 역사·문화·생활을 담은 길로서 산촌·어촌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역주민의 소득 창출로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관광모델을 제시한다.

▲ 탐방객들이 금강송 숲을 걷고 있다.
▲ 탐방객들이 금강송 숲을 걷고 있다.

동서트레일은 마을을 스쳐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주민과 함께 걷는 길’이라는 점에서 기존 트레일과 차별화된다. 백패커들은 길 위에서 지역 식당과 숙소를 이용하고, 주민들은 특산품 판매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길은 단순한 관광코스를 넘어 지역과 여행자가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울진은 백두대간의 숲과 동해의 바다가 맞닿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도시로, 트레일과 연계된 체류형 관광을 통해 국내외 탐방객이 오래 머무르는 지역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 동서트레일 시범운영 안내지도.
▲ 동서트레일 시범운영 안내지도.

손병복 울진군수는 “울진의 숲과 해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동서트레일은 새로운 여행 문화를 여는 시작점”이라며 “주민과 함께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지속가능한 생태·산림관광의 중심지 울진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동서트레일은 자연을 걷는 길이면서 사람을 만나는 길이며, 여행자가 자유를 찾는 길이자 주민이 미래를 준비하는 희망의 길이다. 그리고 그 길의 가장 아름다운 시작점은 바로 울진이다. 여기서, 한국판 산티아고가 시작된다.

김형소 기자
김형소 기자 khs@kyongbuk.com

울진 담당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