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연우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정치학 박사
▲ 손연우 연세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연구원·정치학 박사

정치적 환경을 흔드는 이슈는 종종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곤 한다. 최근 검찰의 대장동 건에 대한 항소 포기 결정과 정부의 헌법존중·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 출범이 그것이다. 두 사안은 각각 대통령과 관련해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사법 판단과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민감한 배경에서 작동하면서 정치권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각 진영의 법조인들은 관련 법리를 둘러싸고 격한 공방을 벌이고, 지지자들 또한 자신의 정치적 관점에 부합하는 해석을 찾으며 입장을 강화하려 한다. 상반된 해석과 반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공권력의 합법성과 정치적 정당성의 문제를 차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합법성과 정당성은 국가 권력이 행사될 때 적용되는 기본 잣대이다. 합법성(legality)은 권력 행사가 법적 근거와 절차를 준수했는지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권력은 법률의 테두리 안에서 행사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전제로 한다. 반면 정당성(legitimacy)은 해당 결정이 왜 필요했는지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수 있을 때 성립한다.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고 공정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는 절차를 거쳤으며 그 과정이 사회적으로 인정될 때 정당성이 형성된다.

이 두 기준은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본 원리지만, 합법성을 갖추었다고 해서 정당성이 보장되지 않으며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해서 법적 책임이 면제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현실 정치에서는 공적 결정이 법적 절차와 사회적 평가라는 두 축에서 각각 설득력을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논란이 된 검찰의 결정은 이러한 긴장을 잘 보여준다. 항소하지 않기로 한 것은 절차적으로 가능한 선택이지만 정치적 해석이 뒤따르는 것을 피하기 어렵다. 추징금의 국고 환수 규모에 대한 논란까지 고려한다면, 왜 지금 이런 판단이 내려졌는지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더욱 신중하고 충분한 설명이 요구된다.

한편, 헌법존중TF 역시 유사한 고민을 던진다. TF는 비상계엄 전후 10개월 동안 공직자의 불법행위 여부를 점검하기 위한 기구로 마련되었다. 정부는 특검 연장으로 행정적 조치를 내년 공무원 인사에 반영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출범시켰으며, 활동 기간도 짧고 조사 대상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이 있더라도 기본권 침해나 제도의 정치적 활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단순한 공방으로만 보기 어려우며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결정이라도 국민이 그 이유를 수용하지 못하면 정당성은 약해진다. 합법성은 권력을 행사함에 있어 요구되는 최소한의 요건이자 제도적 한계선이며, 정당성은 권력이 국민의 신뢰 속에서 작동하도록 만드는 기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적 절차가 적법하게 진행되었다 하더라도 그 결정이 정치적 목적이나 방어적 조치로 비치지 않도록 신중한 고려가 뒤따라야 한다.

결국 정당성은 합법성 이상의 문제이며 권력 행위가 사회의 기대 속에서 어떻게 해석되는지에 따라 좌우된다. 정부가 민생과 실용 정책의 성과를 통해 국민적 지지를 얻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에 더해 합법성과 정치적 정당성을 아우르는 방식으로 권력이 행사되고 있다고 국민에게 인식될 때, 정책 성과에 대한 긍정 평가가 지속적인 정치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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