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현재, AI 관련 주식들이 S&P 500 수익의 75%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금융계에서는 이른바 ‘AI 버블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골드만삭스 CEO 데이비드 솔로몬은 “시장은 향후 1~2년 내 조정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고, JP모건과 IMF, 영란은행도 비슷한 우려를 표명했다. 25년 전 닷컴 버블을 겪었던 투자자들에게 이러한 경고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현재의 AI 열풍과 2000년의 닷컴 버블은 표면적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본질적으로 다른 현상이다.
가장 눈에 띄는 차이는 밸류에이션 수준이다. 2000년 3월 나스닥이 정점에 달했을 때 시스코의 주가수익비율(P/E ratio)은 472배에 달했다. 인터넷 관련 기업들의 평균 P/E 비율은 50배를 넘었고 많은 기업들은 매출조차 없는 상태에서 수백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다. 예를 들어 코머스원(Commerce One)은 최소한의 매출로 210억 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더글로브닷컴(TheGlobe.com)은 매출이 전혀 없었음에도 상장 첫날 주가가 606% 급등했다.
반면 2025년 현재 AI 붐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P/E 비율은 53배 수준이다. 높은 수치이긴 하지만 닷컴 버블 시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온건하다. S&P 500 전체의 P/E 비율도 23배로, 2000년 정점의 25배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술 섹터 전체로 봐도 P/E 비율은 28배로, 1999년의 50배에 훨씬 못 미친다.
닷컴 버블 당시 IPO(기업 공개)를 단행한 기업의 약 85%가 수익을 내지 못했다. 펫츠닷컴(Pets.com)은 268일 만에 3억 달러를 소진하고 파산했으며, 대부분의 기업들은 “트래픽을 확보하면 수익화는 나중에”라는 검증되지 않은 전략에 의존했다. 실제로 당시 기업들은 웹사이트 방문자 수와 성장 지표로 평가받았을 뿐, 현금흐름이나 수익성 같은 전통적 지표는 무시되었다.
대조적으로 현재 AI 붐을 이끄는 주역들은 대부분 수십 년간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를 구축해온 거대 기술 기업들이다. 엔비디아는 2025 회계연도 매출 1,200억 달러를 예상하고 있으며, 이는 전년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메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는 AI 투자에도 불구하고 핵심사업에서 견고한 현금흐름을 창출하고 있다. 구글의 자본지출은 운영 현금흐름의 49%인 반면, 메타는 64.6%, 마이크로소프트는 77.5%로 여전히 현금흐름 내에서 투자를 감당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현재 AI 붐은 닷컴 버블과 몇 가지 표면적 유사성을 공유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현상이다. 밸류에이션은 높지만 극단적이지는 않고,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은 실제 수익을 창출하고 있으며, 기술 채택률과 생산성 향상은 측정 가능하다. 인프라 투자는 실제 수요에 기반하고 있으며, 시장을 주도하는 기업들은 여러 수익원을 가진 성숙한 기업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