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중심 글로벌 관광거점·AI 고속도로·국립 인구정책연구원 유치 추진
성패 열쇠는 컨트롤타워·재정 기반…“실행력 갖춘 구조 마련이 핵심”
경북도가 ‘포스트 APEC’ 전략을 내놓으며 지역 성장 구조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19일 도청에서 열린 ‘포스트 APEC 추진 전략 보고회’에서 도는 APEC 정상회의 개최로 얻은 국제적 관심을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으로 바꾸기 위한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문화관광, AI경제산업, 인구·평화 분야를 아우르는 대형 프로젝트가 제시됐다. 하지만 이를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만들기 위한 조건 또한 분명해졌다. 핵심은 컨트롤타워 구축과 더불어 조직·재정 기반을 어떻게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
경북은 문화관광 분야에서 ‘글로벌 10대 문화관광거점’ 도약을 목표로 삼았다. 경주를 중심으로 세계경주포럼을 국제 문화산업 담론의 장으로 발전시키고 APEC 문화전당과 보문관광단지 재정비를 통해 국제 관광도시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개최 도시 간 협력 네트워크인 ‘APEC 연합도시 협의체’를 추진해 문화·관광 분야의 글로벌 교류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경북이 보유한 전통문화와 APEC 개최 효과를 결합해 지속 가능한 관광 산업 기반을 구축하려는 시도다.
AI경제산업 분야는 경북이 내세운 차세대 성장축이다. 포항·구미·안동·예천의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연결해 ‘AI 고속도로’를 만들고 경산의 인재양성 기반을 더해 AI 기반 지역경제 모델을 완성한다는 구상이다. ‘아시아태평양 AI 센터’ 유치도 추진한다. 회원국 간 기술 격차 해소와 국제 협력 플랫폼 구축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다. 또한 글로벌 기업인과 투자자가 참여하는 ‘경주 CEO 서밋’과 디지털 랜드마크 ‘APEC 퓨처스퀘어’ 조성도 포함됐다.
인구·평화 분야에서는 저출생과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국립 인구정책연구원’ 유치, ‘APEC 인구정책 협력위원회’ 설치 등 국가·국제 정책 기관을 경북에 끌어오는 계획이 제시됐다. 통일·평화 분야에서도 ‘신라통일평화정원’과 ‘한반도 통일미래센터’ 조성을 제안하며 경북을 동북아 평화 담론의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대형 프로젝트는 계획만으로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 특히 포스트 APEC 전략처럼 분야가 넓고 사업 단위가 다양한 경우, 컨트롤타워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현재는 기관별로 사업이 나뉘어 추진될 가능성이 커 중복 투자, 정책 단절, 예산 분산 등 운영 비효율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문화·산업·인구·외교 기능을 통합 관리할 조직이 마련돼야 사업 간 조정과 정책 지속성이 확보된다. 단순한 TF 수준이 아니라 중장기 계획을 총괄할 상설 조직이 필요하다.
재정 기반도 문제다. 이번에 제시된 대부분의 사업은 국제 행사, 시설 건립, 인프라 확충 등 대규모 예산이 필요한 구조다. 도 재정만으로는 추진에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사업 연계, 민간투자 모델, 국제기구 협력 등 다층적 재원 조달 전략이 요구된다.
특히 AI 인프라와 국제 문화시설은 초기 투자비가 크고 회수 기간이 길기 때문에 재정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을 경우 사업이 중도에서 지연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조직과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은 비전은 장기 전략이 아니라 행사성 계획으로 전락한다. APEC이 준 국제적 기회는 크지만 이를 실질적 성장 자산으로 만드는 과정은 경북의 행정 역량에 달려 있다.
경북이 지금 필요한 것은 현실감있는 구조의 완성이다. 사업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컨트롤타워, 중장기 재정계획, 민간·국가·국제기구와의 협력 체계를 확보하는 일이 포스트 APEC 전략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북도가 제시한 이번 포스트 APEC 사업은 지역의 미래 구조를 다시 짜는 포석이다”며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력으로 구체적 조직과 재정의 뒷받침이 마련될 때 APEC의 성과는 경북 전역으로 확산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 유산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