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의 ‘인공지능학습 플랫폼’홍보영상이 뭇매를 맞고 있다.
교사를 AI보다 부족한 존재로 묘사한 설정은 교직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교사단체들이 ‘교사에 대한 모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이 논란은 단순한 홍보물의 문제를 넘어 인공지능이 학교 현장 깊숙이 들어온 시대에 교사의 역할을 어떻게 재정의할 것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던진다.
오늘날의 교실은 AI기반 개별학습·자동화된 평가·학습 분석 시스템이 동시에 작동하며 교사의 업무는 더 이상 ‘지식 전달’에 머물지 않는다.
지식을 얻는 통로가 다양해진 상황에서 교사의 전문성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능력을 요구받는다.
따라서 교사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AI가 교사를 대신할까?’라는 공포라기보다 ‘교사의 진짜 역할이 무엇인가?’라는 정체성의 질문에서 나온다.
교사의 역할은 결코 AI로 대체될 수 없다. 그 이유는
첫째, 교육은 관계의 영역이다.
학생의 마음을 읽어내고, 갈등을 조정하며, 성장의 동력을 만들어주는 일은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는다. 교사는 매순간 학생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교육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한다.
둘째, 교육은 가치의 판단을 포함한 인간적 행위다.
올바름을 가르치고, 정의롭지 못한 것을 분별하며, 학생의 선택을 인도하는 일은 기술이 수행할 수 있는 차원을 넘는다.
AI가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학생의 삶의 맥락을 고려해 적절한 판단을 내려줄 수는 없다.
셋째, 교육은 사회를 잇는 역할이다.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이자 공동체의 문화와 규범을 다음 세대로 이어주는 ‘문화적 매개자’다.
이 기능이 약화될 때 교육은 훈련(training)에 머무를 뿐 진정한 성장과 성숙을 이끌어낼 수 없다.
기술이 모든 것을 대신해주는 시대일수록 사람이 할 수 있는 ‘인간적 역할’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학생은 교사가 어떤 지도력과 감수성, 통찰을 제공하는가에 집중한다.
이는 교사에게 더욱 높은 전문성과 윤리성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교사를 AI와 경쟁시키는 비교가 아니라 AI시대에 걸맞는 교사의 전문성 재정립이다.
홍보영상 논란은 일단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다.
AI는 교육의 도구일 뿐 교육의 주체가 될 수 없다.
교육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어야 한다.
교사의 가치는 기술이 아닌 사람에게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