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가 APEC 정상회의 이후 지역의 성장 동력을 극대화하겠다며 ‘포스트 APEC 10대 사업’을 내놓았다. 세계경주포럼 확대, APEC 문화전당 건립, 아시아태평양 AI 센터 유치, 신라왕경 복원 등 문화·산업·평화 분야를 아우르는 야심 찬 청사진이다. 그러나 계획과 포부만으로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다. 흐지부지되지 않고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행이 관건이다.

무엇보다 경주가 ‘글로벌 10대 문화관광거점’으로 도약하겠다면 보문관광단지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APEC 개최를 계기로 외국인 방문이 증가하고 있지만 쇼핑·엔터테인먼트 등 체류형 콘텐츠는 여전히 부족하다. 노후한 시설 개선, 국제 수준의 호텔·리조트 확충, 장기 체류객을 위한 복합문화 공간을 보완해야 한다. 세계경주포럼을 ‘문화 분야의 다보스포럼’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도 결국 이를 뒷받침할 매력적인 하드웨어가 마련돼야 현실이 된다.

경주가 글로벌 관광도시로 성장하려면 외국인이 매력을 느끼는 도시환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국어 서비스 확충, 접근성 개선, 야간관광 확대, 외국인 친화형 교통·결제 시스템 정비 등 기본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도시 브랜드가 살아난다. 단지 행사 개최와 시설 건립에 머무른다면 ‘반짝 효과’에 그치고 말 것이다.

다른 한 축은 신라 고도(古都)다운 유적의 복원이다. 고증 부족 논란, 유네스코 등재 해제 우려 등 과제가 적지 않지만 동궁과 월지, 월성, 황룡사터 등 8대 핵심유적의 복원에 속도를 내야 한다. 경주가 역사도시로 세계인들에게 각인되려면 발굴·고증·복원·활용의 전 과정에서 투명한 절차와 전문가 검증을 통해 역사 유적 하나하나를 복원해 나가야 한다.

포스트 APEC 10대 사업은 경북이 문화·관광·AI·평화 분야에서 미래 좌표를 새로 그리겠다는 선언이다. 하지만 정책의 성패는 계획의 규모가 아니라 실행의 정교함, 그리고 시민·전문가·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추진에 달려 있다. 화려한 비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완성도 있게 이행해 미래세대가 체감할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비전을 현실로 만드는 실행력이 포스트 APEC 사업 성공의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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