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적이라고 선언했던 모든 사람을 진심으로 용서한 것 같이 나도 용서받기를 갈망한다.” 스페인을 37년간 철권 통치한 프랑코 총통. 그는 용서를 구하는 유언을 남기고 1973년 사망한다. 그리고 마드리드 국립묘지에 묻혔다.
하지만 그의 간절한 바람과 달리 스페인 국민들은 독재자를 용서하지 않았다. 스페인 의회는 프랑코가 군을 동원해 정권을 잡은 것을 ‘쿠데타’로 뒤늦게 규정했다. ‘프랑코 정권 희생자 진상조사위원회’도 구성돼 스페인 내전 이후 희생된 100만 명에 대한 피해조사와 명예회복이 진행되고 있다. 민간인 학살과 정치범 처형, 언론탄압이 다시 부각됐다. 2005년에는 마드리드에 있던 그의 동상이 철거된다. 그리고 스페인 정부는 2019년 ‘독재자 국립묘지 매장 불가’ 규정을 만든다. 더 이상 국립묘지에서 영면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사망 46년 만에 무덤은 파묘됐다. 사실상 부관참시다.
프랑코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이다. 일부에서는 그가 스페인 경제발전을 이끌고 통일 스페인을 이룬 ‘국부(國父)’라 칭송한다. 반면에 강압 철권통치로 반대자들을 학살한 극악무도한 독재자로 규정하는 스페인 국민도 많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오는 23일 사망 4주기를 맞는다. 하지만 아직 영면에 들지 못하고 유골로 보관돼 있다. 내란죄가 확정돼 국립묘지 안장이 불가능하다. 유족은 그가 유골을 뿌려 달라한 휴전선 인근에 매장하려다 주민 등이 반발하자 포기했다. 그가 살아 온 연희동 자택에 안장하는 방안도 검토됐지만 주거지 매장은 불법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무소불위 권력자였지만 죽어서 묻힐 땅 한 평조차 확보하지 못했다.
한때 비슷한 길을 걸으며 구국의 영웅으로 칭송받았던 독재자 프랑코와 전두환. 그들은 죽어서도 비슷한 길을 간다. 역사는 반복되고 진실은 매장되지 않는다. 그게 역사가 주는 두려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