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한 ‘K-스틸법’이 21일 전체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여야 이견이 거의 없는 만큼 12월 본회의 처리가 무난할 전망이다. 철강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재정의하고 녹색철강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종합 법적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위기에 빠진 국내 철강산업에 뒤늦게나마 국가가 책임 있게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하지만 법률이 제정됐다고 해서 현장의 어려움이 즉각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EU의 고율 관세, 탄소중립 압박, 중국 저가 철강재 공세 등 삼중고에 놓인 철강산업의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친환경 전환을 추진해야 하는 막대한 예산 수요를 고려하면 법률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이런 지점에서 ‘국가재정법 개정안’ 발의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어기구 의원(충남 당진시)이 대표 발의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철강산업 특별회계’ 신설이 골자다. K-스틸법이 정책의 설계도라면 특별회계는 이를 움직이게 할 엔진인 셈이다. 철강산업 위기는 탄소중립 전환, 핵심기술 개발, 인력양성 등 단기 지원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중장기적이고 안정적 지원 없이는 산업 경쟁력 강화도, 불공정 무역 대응도, 지역경제 회복도 기대하기 어렵다.

철강산업 특별회계가 없이는 K-스틸법이 선언적 법조문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지난 수년간 여러 산업 전략법이 만들어졌지만 예산이 부족해 실효를 거두지 못한 사례가 반복됐다. 녹색철강특구 지정부터 기술혁신 지원까지 모든 조항이 실행력을 확보하려면 예산의 독립성과 지속성이 보장돼야 한다.

철강산업은 포항·광양·당진 등 지역경제의 근간일 뿐 아니라 조선·자동차·배터리·반도체 장비 등 핵심 제조업의 뼈대다. 철강산업이 무너지면 국가 산업 전반이 동요하는 구조다. 최근 중국산 우회덤핑의 공세로 냉연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글로벌 탄소 규제가 강화되면서 생산비는 급증하고 있다.

K-스틸법은 여야 106명의 의원이 참여한 초당적 법안이지만 법안 발의 3개월, 소위 상정 2개월 만에 겨우 국회 문턱을 넘었다. 현장은 아우성인데 정치권의 법안 처리는 소걸음이다. 후속 입법까지 일괄 처리해 산업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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