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립아트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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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자, 오동 그린공원으로
비 그친 자리 꽃을 밟고 선 신록이
점령군처럼 온 산을 뒤덮고 있다

바윗등에 앉아 내려다본 산
오월의 햇살 속으로 주체할 수 없는
초록 물결이 톡톡 튀는 젊음처럼
싱그럽게 번져온다

산허리 지나 위아래서
살랑살랑 불어오는 명지바람
삐걱거린 나무 계단을 타고
오르내리는 사람들 곁에
나도 따라 걷는다

가까운 인기척에도 놀라지 않는
청설모 노니는 길섶에
솜털 보송하게 핀 노루귀, 괭이눈
작년에 피었다 진 꽃들

한 생이 잠시 계절을 돌아갔다가
그 길목을 따라
다시 돌아왔구나

​[감상] 2026학년도 수능 필적 확인 문구로 안규례 시인의 시 「아침 산책」 속 “초록 물결이 톡톡 튀는 젊음처럼”이 쓰였다고 한다. 안규례 시인의 시집 『봄이 오는 창문』(청어 시인선 454)에 실린 시다. 유명 시인, 유명 출판사 시집이 아니어도 한국에는 좋은 시를 쓰는 훌륭한 시인이 참 많다. 두루 고루 발굴해 내는 모양새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명지바람” 같아서 좋다. 참고로 명지바람은 ‘보드랍고 화창한 바람’이라는 뜻이다. 명주(明紬)바람이라고도 한다. <시인 김현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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