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초·중·고교의 다문화 배경 학생 수는 지난 10년 새 2.5배로 늘어나 올해는 20만2208명이라고 한다. 같은 교실에서 국적과 언어, 문화가 다른 학생을 만나는 일은 이제 낯설지 않지만 이를 지원할 교사와 제도는 여전히 부족하다. 다문화교육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기술이자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인데 변화 속도에 비해 학교의 준비는 더디기만 하다.

세계는 하나의 학교이고, 다양한 문화는 우리 모두의 교과서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교사의 역량 강화다. 다문화 학생을 이해하고 지도할 전문 교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교원 임용 단계부터 다문화 감수성 교육을 강화하고, 한국어 교육과 상담에 능한 전문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교육대학 등에서도 ‘다문화전형’으로 다문화 배경의 교사와 이중언어 강사도 늘려야 한다.

학생 지원도 체계적이어야 한다. 언어 장벽으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에게는 한국어 적응반을 운영하고, 동시에 모국어 사용을 장려해 정체성과 학습 효과를 함께 살려야 한다. 두 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은 개인의 자산이자 사회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필수적이다. 대학생·시민단체·다문화 출신 청년들을 멘토로 연결해 학습과 정서적 지원을 강화하고, 학부모에게는 통번역 서비스와 한국어 교육을 제공해 학교 및 사회활동 참여를 돕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학교문화 자체가 달라져야 한다. 수업에 다문화 내용을 반영하고, 차별 예방교육을 정례화해야 한다. ‘다름’을 ‘틀림’으로 보는 풍토를 바꾸지 않으면, 아이들은 소외와 상처 속에서 성장할 수밖에 없다.

다문화 학생 교육은 단순한 ‘지원’이 아닌 한국 교육이 지향해야 할 다양성과 포용, 그리고 미래를 함께 그리는 일이다. ‘다름’을 인정할 때, 우리는 비로소 함께 성장할 수 있다. 따라서 서로 다른 문화를 배우고 이해하는 과정은 학생들의 사고를 넓히고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빠른 길이 된다.

다문화 학생은 우리 사회 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거울이다. 이들을 주변인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동료 시민으로 대우할 때 아이들은 더 넓은 세상과 연결될 힘을 키울 수 있다.

이들은 차이를 넘어 함께 배우고 성장할 권리가 있으며, 문화적 다양성은 결코 장애물이 아니라, 창의와 포용의 원천이다. 그렇게 할 때 그들이 한국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이자 희망찬 미래를 함께 그려갈 동반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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