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준호 (주)선이한국 대표
▲ 문준호 (주)선이한국 대표

지난 금요일 밤은 미국 옵션 만기일이었다. 시장은 초입부터 두려움이 짙게 깔렸다. 금리도, 실적도, AI 수요도 불확실한 가운데 작은 소문 하나에도 지수는 과하게 흔들렸다. 단순한 걱정을 넘어서 시장이 예민한 공포의 문턱에 서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억지로 긍정적인 신호를 찾다 보니 작은 변화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오라클 CDS 프리미엄이 아주 미세하게 내려앉은 것이다. 11월 초 80에서 114까지 단숨에 치솟던 지표가 처음으로 멈칫했다. 이 조그만 숨 고르기가 시장을 안정시키진 못하지만, 가뭄의 빗방울처럼 한순간의 여유를 준다. 시장은 여전히 긴장돼 있지만, 이런 미세한 변화가 흐름 전환의 첫 신호가 되기도 한다.

일본의 흐름도 흥미롭다. 일본 정부는 무려 21조3천억 엔 규모의 초대형 부양책을 전격 발표했다. 표면적 명분은 경기 회복이지만, 속내는 다카이치 사나에가 꿈꾸는 ‘아베노믹스 시즌2’의 재시동에 가깝다. 이 정도 규모의 돈을 푸는 건 일본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환율과 무역 균형이 민감한 만큼 미국의 묵시적 동의 없이는 어렵다. 이 장면은 글로벌 정책의 물밑 조율이 얼마나 정교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지금 시장은 작은 지표에도 과민 반응하며 크게 흔들린다. 불확실성은 넘치고 변수도 쌓여 있다. 그래서 초입의 핵심 감정은 단연 ‘두려움’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두려움을 지나서 무엇을 보느냐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사람은 공포를 피하는 사람이 아니라, 공포를 견디며 그 안에서 기회를 찾아내는 사람이다.

마이클 버리의 행보는 이를 잘 증명한다. ‘빅쇼트’의 영웅이었지만, 지금은 신화의 그림자 속에서 머뭇거린다는 평가가 많다. 반복된 중국 기술주 매수·매도, 팬데믹 이후 소비 회복 실패, AI 국면에서 알리바바 전량 매도 후 80% 상승을 놓친 사례는 과도한 경계가 어떤 비용을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반대로 자본의 큰 흐름은 이미 명확하다. AI·데이터 인프라·에너지 전환이라는 구조적 변화는 단기 뉴스에 흔들리지 않는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애플에 이어 구글까지 포트폴리오에 담은 이유도 같다. 결국 핵심은 앞으로 10년 동안 꾸준히 현금을 만들 기업인지에 대한 단순한 질문이다.

그래서 투자자의 마음가짐은 언제나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지금 이 가격에, 이 기업을 10년 들고 갈 수 있는가?”

공포가 짙게 깔린 순간일수록 투자자는 더 깊이, 더 차분히, 더 길게 바라봐야 한다. 시장의 소음은 사라지고 결국 본질만 남는다. 마지막 장면에서 웃는 사람은 두려움을 견디고 흔들림 속에서도 기회를 끝까지 붙잡은 투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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