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 이규호 전 영천교육장

민주노총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전국 릴레이 파업에 들어갔다.

14년째 반복되는 ‘급식 파업’은 이제 교육현장의 연례행사처럼 굳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고 있다.

“왜 우리의 영양을 담보로 투쟁을 하느냐”는 학부모의 항의, 빵과 우유로 끼니를 때우는 학생들의 불만이 반복되지만 갈등은 해마다 똑같은 자리에서 되돌아온다.

노조는 처우개선을 위해 싸운다지만 교육의 본질적 수혜자인 아이들이 상처받는 방식이 과연 지속가능할까.

문제의 핵심은 파업 여부 자체보다 파업시 학교가 최소한의 급식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현행 노동조합법은 학교 급식·돌봄 분야 파업시 대체 인력 투입을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취지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보장하려는 의도로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공공서비스, 특히 학생 급식처럼 생존적이고 필수적인 영역에까지 일률적으로 동일한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되묻게 된다.

아이들의 한끼 식사는 ‘서비스 중단을 감수하며 압박하는 방식’의 수단이 되기엔 너무 본질적이고, 공공적이며, 돌이킬 수 없는 가치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몇 가지 원칙을 새롭게 세워야 한다.

첫째, 급식·돌봄을 ‘부분적 필수공익서비스’로 지정해 최소 인력만큼은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의료나 교통처럼 파업을 하더라도 기본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둘째, 매년 임금협상이 막판까지 끌려 파업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상시교섭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협상이 연중지속되면 막판충돌이 줄어든다.

셋째, 처우 개선은 필요하지만 매년 단기투쟁으로 근본 해결이 어렵다.

정부와 교육청이 3~5년 중장기 로드맵을 제시해 계획적·단계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교에 ‘급식 비상계획’ 마련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

학교별로 비상식 메뉴 준비·외부 협력·단순 조리 급식 등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전면 중단 후 빵·우유 제공으로 끝나는 대응은 학생 중심이 아니다.

급식 노동자들의 권익도 중요하고, 학생들의 안전한 급식도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처럼 한쪽의 권리가 다른 쪽의 기본권을 매년 침해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진짜 해결책은 ‘누군가의 희생을 전제로 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이제는 갈등을 반복적으로 소비하는 방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제도라는 더 큰 지혜가 필요하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