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군 전쟁사 비유해 작가 정신 강조…말과 기수의 일생적 교감처럼 끊임없는 수련 필요
“칭찬 속에도 비수…문학 얻는 힘은 고독과 버틴 시간에서 나와”
원로소설가 김주영 작가가 제12회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 시상식 및 학술포럼에서 몽골군의 전쟁 방식과 말 문화의 특성을 예로 들며 “문학은 평생의 고행이며, 겸손과 끊임없는 노력이 작가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영 작가는 시상식에 이어 열린 문학 특강에서 징기스칸과 몽골군의 전략을 비유 삼아 작가 정신과 문학적 태도를 짚었다. 김 작가는 “동양인으로 유럽을 제패한 것은 징기스칸이 아니라 그의 셋째 아들”이라고 바로잡으며, 몽골군이 어떻게 거대한 유럽 세력을 돌파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한 뒤, 이를 문학 수행 과정과 연결해 풀어냈다.
김 작가는 몽골군의 힘을 설명하는 요소로 잔혹성에 기반한 심리전, 전리품을 계급 구분 없이 공평하게 나누는 내부 결속, 그리고 말(馬)과 기병의 압도적인 기동력을 꼽았다. 그는 “몽골군의 조랑말은 지금 제주도 조랑말의 조상”이라며 “추위에 강하고 하루 160km 이상을 달려도 지치지 않는, 전쟁사에 유례없는 전투 자원이었기 때문에 유럽이 대응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몽골 말과 기수의 ‘일생을 함께한 동행’을 강조했다. 광활한 초원에서 또래 친구조차 없는 유목민 아이들은 세 살, 네 살부터 망아지를 장난감 삼아 타고 구르고 넘어지며 성장한다. 이 과정에서 말은 주인의 호흡과 움직임, 심리적 긴장까지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고, 전쟁터에서도 “주인이 전사해도 말이 도망가지 않고 곁에 머무는 충성심”을 보였다. 김 작가는 “몽골군의 승리는 말과 인간의 일생적 교감이 만든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전투 방식과 성장 과정을 문학 수행에 비유했다. 김 작가는 “문학도 말과 함께한 유목민의 삶처럼, 한없이 끌어안고 넘어지고 고통을 견디는 과정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학은 면허증처럼 빌려 쓰거나 세워두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쓰는 사람만이 갖는 자격”이라며 “오늘 수상했다고 바로 시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부터가 오히려 고생의 출발점”이라고 당부했다.
또한 문단 풍토에 대해 “생각보다 훨씬 험한 곳”이라며 “칭찬 속에 비수가 있고, 겉모습보다 속내는 복잡하다. 그래서 더더욱 겸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작가는 “87세인 지금도 나보다 먼저 등단한 후배에게는 반드시 공손하게 인사한다. 겸손이 첫 번째 조건”이라면서 “가슴 속에 비수를 품고 있더라도 태도는 겸손해야 문학적 힘을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연 말미에서 그는 “고생이 내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순간 문학은 비로소 시작된다”며 “징기스칸이 세상을 얻은 것이 말(馬) 덕이라면, 문학을 얻는 힘은 결국 자신이 견딘 고독과 버틴 시간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이번 특강은 징기스칸의 전쟁사를 흥미롭게 재해석해 문학적 태도로 연결한 점, 그리고 평생 문학을 이어온 원로 작가의 현실적 조언이 어우러지며 참가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