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대상 김애숙·김은숙 수상…내빈 축사·심사평·낭송 이어지며 문학의 깊이 더해
김주영 작가 “쓰지 않으면 작가 아니다…고통 견뎌야 문학 완성” 묵직한 조언 울림

▲ 22일 청송 객주문학관에서 진행된  제12회 청송객주문학대전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김주영 작가 등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22일 청송 객주문학관에서 진행된 제12회 청송객주문학대전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김주영 작가 등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제12회 경북일보 청송객주문학대전’ 시상식이 22일 소설가 김주영의 고향인 청송군 진보면 ‘청송객주문학관 다용도관’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국내외 문인 및 문학 지망생을 대상으로 진행된 청송객주문학대전 공모전 시상식에는 한국선 경북일보 사장, 이승택 청송부군수, 심상휴 청송군의회 의장, 신효광 경북도의회 농수산위원장을 비롯해 청송군의회 의원, 수상자와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올해 문학대전은 양적·질적으로 모두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 2079편, 수필 876편, 단편소설 183편 등 총 3138편이 접수되어 전년 대비 104편이 증가했다. 국내는 물론 미국·호주·스페인 등 해외에서도 108편이 접수돼 문학대전의 국제적 위상을 실감케 했다. 특히 최연소 만 11세부터 최고령 만 87세까지 참여하며 ‘세대를 잇는 문학 축제’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다졌다.

이날 시상식에서 영예의 공동 대상은 단편소설 부문 김애숙(서울 강남구) 씨의 ‘진주 리폼’과 수필 부문 김은숙(서울 강남구) 씨의 ‘돌확’에게 돌아갔다.

무대에 오른 김애숙 씨는 “소설을 쓰면서 늘 고민이 자리 잡은 머릿속이, 공허할 것만 같던 애씀이 인정받은 것 같아 너무 기뻐 눈물이 났다”며 “사람 냄새 솔솔 풍기는 그런 글을 쓰고 싶다.”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이어 김은숙 씨는 “수상 소식을 듣고 기뻤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음이 많이 겸허해지는 걸 느꼈다. 책임감도 더 커지고 정말 좋은 수필을 써야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하게 됐다”면서 “청송이라는 이름처럼 맑고 깊은 마음으로 더 낮고 고요히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해 객석의 큰 박수를 받았다.

▲ 제12회 청송 객주문학대전 시상식이 수상자와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객주문학관에서 진행됐다.
▲ 제12회 청송 객주문학대전 시상식이 수상자와 가족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객주문학관에서 진행됐다.

내빈들의 축사와 격려사에는 문학을 향한 깊은 애정과 지역 문화 발전에 대한 의지가 담겼다.

이승택 청송부군수는 환영사를 통해 “문학은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그 속에서 얻은 깨달음을 글로 표현하는 예술이자, 타인의 삶을 경험하며 미래의 동력을 얻는 힘”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청송 객주문학대전이 사람과 사람이 성장하고 소통하는 따뜻한 장으로 발전하길 바란다”며 “화려한 단풍이 수놓은 청송에서 일상의 피로를 내려놓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기원한다”고 전했다.

심상휴 청송군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문학 작품 한 줄의 문장이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우리 사회를 따뜻하게 만드는 밑거름이 된다”고 강조했다. 심 의장은 “청송군의회도 지역 문학이 활짝 꽃피울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하며, 공로 부문 특별상을 받은 황봉욱 회원과 손정희 작가에게도 별도의 축하 인사를 건넸다.

신효광 경북도의회 농수산위원장 역시 “문학은 단순한 글이 아니라 독자의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닌 예술”이라며, “수상작들이 산불 등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치유의 작품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격려했다.

심사위원들의 심사평도 화제를 낳았다. 이종암 시인은 시 부문 금상작인 이영미 씨의 ‘후박나무’에 대해 “시적 대상을 관념과 지식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접하고 있어 신선했다”면서 “시의 첫 행과 마지막 행의 아귀가 튼실하게 맞는 것도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이어 수필부문 심사를 맡은 구활 씨는 대상 수상작인 김은숙 씨의 ‘돌확’에 대해 “돌확을 통하여 집요하게 존재의 의미와 세상의 질서에 대한 명상이 돋부이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 제12회 청송객주문학대전 시상식에서 한국선 경북일보 사장이 공동대상을 수상한 김은숙 씨에게 상장을 전달하고 있다.
▲ 제12회 청송객주문학대전 시상식에서 한국선 경북일보 사장이 공동대상을 수상한 김은숙 씨에게 상장을 전달하고 있다.

시상식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한국 문단의 거목, 김주영 작가의 특강이었다. 고령임에도 시상식에 참석하여 후배 문인들을 격려한 김 작가는 부드러운 덕담 대신 문학의 치열함을 강조하는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김 작가는 “문학은 한없이 안고 뒹굴고, 울고, 고통받아야 비로소 한 개인의 문학으로 완성되는 것”이라며 운을 뗐다. 그는 “변호사나 약사처럼 작가에게는 면허증이 없다. 쓰지 않으면 작가가 아니다. 쓸 때 비로소 작가가 되는 것”이라며 끊임없는 정진을 주문했다. 이어 “오늘 당선된 여러분은 이제 고생길에 들어섰다. 고통이 내 인생이라고 생각해야 문학적 완성도에 다가갈 수 있다”며, “몇 줄 썼다고 어깨에 힘주지 말고, 자기 열정과 인생을 다 바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의 날카롭지만 진심 어린 조언에 장내는 숙연해지며 깊은 공감이 흘렀다.

이날 행사는 문학의 향연으로 채워졌다. 공동 대상 수상작 낭송이 시작되자 행사장은 문장과 리듬, 숨결을 느끼려는 이들의 집중으로 고요해졌고, 예술인들의 축하 공연이 더해지며 시상식의 품격을 높였다.

대상 2명을 비롯해 총 42명의 당선작을 배출한 제12회 청송객주문학대전은 단순한 시상식을 넘어, 문학이 가진 성찰과 치유의 힘을 확인하고 신진 작가들에게는 창작의 엄중함을 일깨우는 소중한 시간으로 마무리되었다.

서충환 기자
서충환 기자 seo@kyongbuk.com

청송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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