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시작되면 난방기기는 우리 일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된다.
그러나 따뜻함을 위한 선택이 어느 순간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위험요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의성군처럼 고령 인구가 많고 주거 환경이 오래된 지역에서는 난방기기 사용 증가가 곧 화재 발생 가능성의 확대와 직결된다.
겨울철 화재는 단순한 계절적 현사가 아니라, 지역의 구조적 여건이 만든 예측 가능한 위험이다.
최근 5년간 경북지역에서는 총 1만4881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 중 부주의가 44%, 전기적 요인이 20%로 확인되며 일상 속 작은 실수와 관리 부족이 대부분의 사고를 유발했다.
의성군은 평균 45% 내외의 고령화율, 노후주택 밀집, 오래된 전기설비 등 취약 요인이 겹쳐 있어 작은 불씨도 대형화재로 이어질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
전선 노후화, 불완전한 차단기, 화목보일러와 같은 구조적 위험이 겨울철 전열기기 사용 증가와 만나면 위험은 순식간에 확대된다.
현장에서 의성소방서가 반복해 확인하는 대표적 위험은 ‘문어발식 전기 사용’이다.
고출력 전열기기를 하나의 멀티탭에 무리하게 연결하는 방식은 고령층 가구에서 여전히 흔하게 관찰된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일부 화재도 멀티탭 과부하와 전선 과열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드러났다.
허용 용량 미확인, 손상된 전원선 방치 등은 지역의 인구 구조와 결합해 화재 가능성을 구조적으로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이 같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의성소방서는 올해 겨울 ‘전기난방기구 특별 안전관리 계획’을 가동했다.
취약계층, 노인·아동복지시설 등 화재에 취약한 시설을 중심으로 전열기기 점검을 강화하고 공동주택에서는 예방 중심의 안전캠페인을 확대하고 있다.
단순 홍보에서 벗어나 실제 점검·보완 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한 것이 중요한 변화다.
멀티탭 사용요령, 전선 손상 점검, 전기장판 안전수칙 등 고령층이 즉시 실천할 수 있는 교육도 병행될 예정이다.
실제 화재 사례에서도 구조적 취약성과 부주의가 동시에 드러난다.
한 가구에서는 난방기기와 전기장판을 하나의 콘센트에 연결해 사용했고, 새벽 시간 전선 과열로 불꽃이 튀어 주변 가구류로 번지며 피해가 커졌다.
겨울철 난방 화재는 확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전열기기 단독 콘센트 사용, 장시간 가동 금지,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 전원 차단 등 기본적인 수칙만 지켜도 사고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겨울철 안전을 주민이나 행정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방식은 실효성이 낮다.
고령층이 많은 지역에서 주민 스스로 위험을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행정 인력도 모든 가구를 상시 점검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노후 전기설비 개선, 취약가구 집중 점검, 위험 수준 계량화 등 구조적 대책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기반 위에서 예방교육과 생활 속 안내는 비로소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현장에서의 대응 능력도 화재 피해를 줄이는 핵심 요소다.
의성소방서는 매 현장에서 “초기 3분이 생사를 가른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
초기 진압과 신속한 대피는 시설 개선만큼이나 피해를 크게 줄인다.
각 가정이 소화기와 감지기를 구비하고 반복적인 대피훈련을 생활화하는 것이 바로 가장 즉각적이고 현실적인 안전장치다.
겨울은 매년 돌아오지만 대응 방식까지 되풀이되어서는 사고를 줄일 수 없다.
“설마 괜찮겠지”라는 방심이 지속되는 한 작은 부주의는 언제든 같은 형태의 사고로 이어진다.
난방안전은 특별한 기술이 아니라 기본적인 점검과 생활 속 실천에서 출발한다.
예방은 선택이 아니라, 의성군의 겨울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해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