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알래스카 북극해와 캘리포니아 연안을 포함해 미국 국토의 절반 규모에 가까운 해역에서 신규 석유·가스 시추를 허용하기로 했다. 미국 내무부가 20일(현지 시간) 미 해역 13억 에이커, 약 526만㎢에 달하는 광대한 지역에서 최대 34건의 광구 입찰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드릴, 베이비, 드릴’을 외치는 에너지 패권 강화 전략이 본격 가동된 것이다. 풍부한 자원을 가진 미국조차 장기적 에너지 안보를 위해 개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은 선진국 가운데 손꼽히는 자원 빈국이다. 원유와 가스의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고, 국제 정세 변화 때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는 단순한 사업이 아니라 전략적 수단에 가깝다.
그런데 최근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면직으로 사업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정권 교체를 거치며 액트지오 자문 선정 문제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재점화됐고, 감사원 조사, 산업통상자원부의 재검토 언급까지 겹치며 탐사 사업이 사실상 멈춰 선 상태다. 해외 오일 메이저 BP가 1차 시추 자료까지 열람한 뒤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임에도 정부의 승인 보류로 우선협상 대상자 통보가 지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장기 보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런 정치적 불확실성은 자원 개발 사업에서 치명적이다. 탐사부터 생산까지 최소 10년 이상 걸리는 초장기 프로젝트의 특성상 정부가 신뢰와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 더구나 동해 심해 가스전은 이미 엑손모빌과 BP 등 다국적 기업이 관심을 보이며 사업성이 일정 수준 검증된 곳이다. 1차 시추에서 즉각적 발견이 없었다고 탐사를 접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전 세계 심해 가스전의 다수가 초기 탐사에서 발견량이 제한적이었고, 재시추 과정에서 상업성이 입증된 사례가 많다.
정치적 논쟁이 정책 결정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세계는 자원 확보 전쟁 중이다. 미국조차 해안선 전역에서 시추를 확대하며 에너지 확보를 강화하고 있다. 자원 빈국 대한민국이 가능성 있는 자원 개발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동해 심해 가스전 탐사는 흔들려서는 안 될 국가 전략 사업이다.
- 기자명 경북일보
- 승인 2025.11.23 16:13
- 지면게재일 2025년 11월 24일 월요일
- 지면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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