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전 TBC 보도국장
▲ 임한순 경일대 특임교수·전 TBC 보도국장

장판파 골짜기 바람은 사나웠다. 백마 위에 앉은 그의 도포와 수염이 날린다. 죽은 군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입은 흰 도포에는 선혈이 낭자하다. 상대는 조조의 50만 대군. 적진을 응시하던 조자룡이 두 눈을 부릅뜬다. 백마가 유령처럼 날아오른다. 창이 신들린 듯 바람을 일으킨다. 시체가 산을 이루고 피가 강을 만든다.

단기필마, 그의 앞에 적장들이 차례로 쓰러졌다. 조조가 총애하는 하후은이 길을 막았다. 조조의 천하명검 청홍검을 들고 있었다. 하지만 2합도 겨루지 못하고 하후은이 쓰러졌다. 조자룡 품에는 그가 구해낸 주군 유비의 아들 아두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소설 삼국지의 조자룡처럼 단기필마로 뛰면서 대장동 항소포기의 불법성을 폭로한다.” 보수 논객 조갑제 씨는 연일 한 전 대표를 치켜세우고 있다.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를 ‘검찰의 자살’로 표현한 그를 “국회의원 107명분’ 역할이라 했다. 사모펀드 론스타 상대 투자분쟁 소송 승소로 ‘보수의 체면을 어느 정도 회복시켰다”고 평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평가와 달리 친윤이 장악한 국민의힘에서는 한 전 대표 이름이 호명되지 않는다. 김민수 최고위원이 “론스타 사태를 자신의 영웅서사로 만들려는 ‘한’가로운 사람이 있다”며 한 전 대표를 공개 저격까지 했다.

최근 다선 의원들이 장동혁 대표를 만나 외연 확장을 건의했다. 포용성 강화를 통한 재정비 요구다. 12·3 계엄에 대한 전략적 모호성이 보수와 중도의 응집을 막고 있다. 20%대에 갇힌 지지율이 말해준다. 대장동 항소 포기 호재가 덩달아 허공에 날아가고 있다. 이 상태면 지방선거는 해보나 마나다. 계엄 정리, 보수통합과 함께 한 전 대표 포용이 관건이다. 강성 우파를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유비는 조자룡이 구출해 온 귀한 후계자 아두를 풀섶에 내동댕이쳤다. “이놈 때문에 소중한 장수를 잃을 뻔하다니.”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