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탈주민·봉사자 함께 1000kg 김장…“고향 기억 떠올라 따뜻했다”
노래자랑·강강술래에 눈물·웃음…“내년에도 다시 만나자” 공동체 연대 확인

▲ 구미시 도개면 ‘아도모례원’에서 대구·경북 지역 북한 이탈주민 100여 가구와 (사)좋은벗들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김장축제를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구미시 도개면 ‘아도모례원’에서 대구·경북 지역 북한 이탈주민 100여 가구와 (사)좋은벗들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김장축제를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겨울철을 앞두고 대구·경북 지역 북한 이탈주민들과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김장축제가 구미에서 열려 화제가 되고 있다.

구미시 도개리 신라불교 초전 성지인 아도모례원에서 지난 22일 개최된 이 행사에는 북한 이탈주민 100여 가구와 (사)좋은벗들 자원봉사자 등 총 250여 명이 참석했다. 정토회 산하단체인 (사)좋은벗들이 매년 주최하는 이 김장축제는 올해로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행사 1부에서는 참가자들이 직접 김장을 담그는 시간을 가졌다. 봉사자들이 전날부터 준비한 절인 배추 1000kg과 양념을 사용해 각 가정이 가져갈 김치 10kg을 직접 제작했다. 참여형 김장 현장은 웃음과 대화로 가득했으며, 한 북한 이탈주민은 “고향에서 김장하던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장 작업 후에는 따뜻한 두부와 갓 담근 김치를 함께 나누는 오찬이 마련됐다. 참가자들은 이 시간을 통해 서로의 근황과 속마음을 나누며 친목을 다졌다.
 

▲ 구미시 도개면 ‘아도모례원’에서 대구·경북 지역 북한 이탈주민 100여 가구와 (사)좋은벗들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김장축제를 열고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로 돌며 화합을 다지고 있다.
▲ 구미시 도개면 ‘아도모례원’에서 대구·경북 지역 북한 이탈주민 100여 가구와 (사)좋은벗들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김장축제를 열고 손에 손잡고 강강술래로 돌며 화합을 다지고 있다.

2부 행사에서는 본격적인 축제 분위기가 조성됐다. 노래자랑 무대에서 참가자들의 열창이 이어졌고, 전통놀이인 강강술래를 함께 돌며 마당 전체가 웃음으로 가득 찼다.

특히 지난해 이 행사에서 30년 만에 숙모를 재회한 안모 씨는 “이 축제가 제게 가족을 되찾아 준 곳”이라며 “해마다 우리를 잊지 않고 맞아줘 감사하다. 내년에도 꼭 오겠다”고 말했다. 문경에서 처음 참석한 한 남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따뜻함에 눈물이 났다”며 감동을 전했다.

행사 중 노래자랑에서 ‘보고싶어요’를 부른 한 참가자가 “통일되면 고향에 가서 함께 행복하게 삽시다!”라고 외치자, 현장에는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깊은 울림이 퍼졌다.

이번 김장축제가 열린 아도모례원은 신라시대 불교가 처음 전래된 초전법륜 성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아도화상이 머물렀던 모례장자의 집터에 도문 큰스님이 창건한 사찰이다. 정토회 법륜스님은 용성조사와 아도화상의 전법 정신을 계승하는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이 장소에서 지속하고 있다.

(사)좋은벗들 관계자는 “해마다 참가 인원이 늘어날 만큼 이 행사는 탈북민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며 “김장 한 통보다 더 큰 ‘따뜻한 마음’을 서로에게 건네는 자리”라고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행사를 마친 참가자들은 “내년에도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자”며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눴다. 김장을 담그며 시작된 온기가 지역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아도모례원 김장축제는 겨울철 공동체 연대의 상징적 행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하철민 기자
하철민 기자 hachm@kyongbuk.com

부국장, 구미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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