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농어촌의 인구 구조는 이미 한계선에 도달했다. 영양·봉화·청송 등 다수 시·군이 인구감소율과 고령화율에서 전국 최상위권을 기록하며, 공동체 유지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이다. 정부가 내년부터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본격 시행하는 것은 이러한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도다. 그러나 정책의 파급력을 고려할 때 ‘기대감’만으로는 부족하다.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검증해야 한다.

이번 시범사업에 경북에서는 영양군이 대상 지역으로 선정됐다. 발표 직후 일부 인구 전입이 증가하는 등 단기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지방재정 여건은 여전히 취약하다. 영양군의 재정자립도는 전국 최하위권이다. 주민에게 2년간 매달 15만 원을 지급하는 데 따른 지방비 부담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봉화·울진·청송 등 비선정 시·군이 추가 지정을 요구하는 이유는 그만큼 경북 농어촌의 위기가 절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책의 취지를 둘러싼 정치권의 논쟁은 여전하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매달 15만 원을 지급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기본소득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한다. 반면 여당 더불어민주당은 “소멸위기 농촌의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정책 실험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경북 내에서도 “생활 기반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 지급만으로 정착을 유도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실제로 유입 인구가 장기 정착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기본소득만을 노린 일시적 이동에 그칠지도 불투명하다.

결국 핵심은 지속 가능한 재원 조달과 지역 전략의 유기적 결합이다. 경북 농어촌의 위기는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라 산업 기반 붕괴, 일자리 부족, 생활 인프라 침체가 복합적으로 얽힌 구조적 문제다. 기본소득은 이러한 문제를 완화하는 하나의 수단일 뿐, 전체 해법이 될 수 없다.

경북도는 국비 부담률 상향을 정부에 요구하는 동시에 기본소득이 지역 산업 재편·생활SOC 확충·청년 정주 전략 등 장기 정책과 연계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무분별한 외형 확장이나 시·군 간 경쟁적 요구는 오히려 정책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 농어촌의 미래는 현금 지원의 액수가 아니라 지역 스스로의 구조 전환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정부의 균형 있는 정책 설계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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