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44%·파산 20% 증가…제도 변화·유동성 압박 겹쳐 부실 위험 확대
“제조업 중심 지역경제 구조적 한계”…경기 둔화 장기화 시 추가 증가 우려
경북·대구 지역 기업들의 회생·파산이 전년 대비 증가세를 나타내면서 지역 경제 전반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 구조 자체의 취약성과 제도 변화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기업 재무 부담이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대법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10월 대구지방법원에 접수된 법인 회생(회생합의) 신청은 9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3건보다 43.9% 증가한 수치다. 회생 신청은 기업의 계속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높다고 판단될 때 재기를 시도하는 절차로, 지역 기업들이 정상화 가능성을 찾기 위해 법원에 도움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법인 파산도 증가했다. 올해 1~10월 법인 파산 신청은 85건으로, 지난해 71건 대비 19.7% 늘었다. 10월 한 달 접수 건수도 6건으로 지난해 동월 3건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법인 파산은 기업의 계속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도 낮다고 판단될 때 자산을 정리하는 절차로, 경영 정상화가 어려운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역 제조업 기반의 경쟁력 약화와 내수 경기 침체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매출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대출 의존도가 높은 제조·유통 중소기업의 유동성 위험이 빠르게 확대된 것으로 파악된다. 공급망 변동성과 중국 제조업과의 기술·가격 경쟁도 부담 요인으로 언급된다.
경북 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법인 대표이사에 대한 연대보증제도가 2017년 이후 사실상 폐지되면서, 경영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대표 개인이 대출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구조가 형성됐다”며 “이러한 제도 변화가 일부 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결과적으로 법인 파산 증가의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2013년 이후 연구개발(R&D) 예산 축소로 벤처 기업에 대한 정부·민간 지원이 위축됐고, 그 영향이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파산이 증가했다”며 “2023년에는 일시적으로 감소했지만 올해 들어 유동성 압박이 확산되면서 법적 절차를 선택하는 기업이 다시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경기 전망도 밝지 않다. 제조업 중심의 지역 산업 구조 특성상 경기 둔화의 충격이 크게 반영되는 데다, 금융기관의 정기 신용위험평가가 예정돼 있어 부실 위험 기업이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내수 회복 지연과 금리 부담이 이어질 경우 지역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