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변 공원 방음벽 부재·노후 시설 지적…주민 “통화도 안 들려”
서구의회 “방음벽 높이 상향 등 관계기관 협력해 근본 대책 마련해야”

▲ 24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7동 일대에 방음벽이 설치되지 않은 구역에서 경부선 철도가 지나가고 있다. 이유경 기자
▲ 24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7동 일대에 방음벽이 설치되지 않은 구역에서 경부선 철도가 지나가고 있다. 이유경 기자

24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7동 일대.

비원노인복지관에서 200m가량 떨어진 철도에서는 경부선 여객·화물열차가 양 방향 선로로 끊임없이 오갔다.

열차가 지나갈 때 철이 맞부딪히는 금속음과 정차하기 위해 속도를 줄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장시간 이어졌다.

비원노인복지관과 주택가 인근에는 낡고 낮은 방음벽이라도 설치돼 있지만, 염색산업단지 맞은 편 도로로 이어지는 ‘철도변 공원’ 일부에는 방음벽조차 없었다.

해당 공원은 서구청이 지난 2021년 경부선 철도변 완충 녹지의 열악한 환경 개선을 위해 조성한 공간이다. 선로와 30m가량 떨어진 철도변 완충지에는 운동기구를 비롯해 자전거도로 등이 마련됐는데, 주민들은 소음에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50년 이상 서구에 거주했다는 한 주민은 “인근에 살아서 공원에 자주 운동하러 오는데, 철도 소리가 듣기 좋지는 않다”라며 “통화를 할 때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기도 하고, 먼지가 발생해 공기가 탁해지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 24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7동 일대에 철도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방음벽이 설치돼 있는 모습. 이유경 기자
▲ 24일 오전 대구 서구 비산7동 일대에 철도 소음을 방지하기 위해 방음벽이 설치돼 있는 모습. 이유경 기자

평소 비원노인복지관을 자주 이용한다는 하인진(72·평리동)씨는 “몇 십년 전에는 철도 소리가 시끄러웠지만, 방음벽도 생기고 열차 소리도 예전보다 크지 않아 큰 불편함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라면서도 “하지만 철도 바로 앞 주택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밤에 나는 생활 소음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고 전했다.

서구의회에 따르면, 전국 26개 철도 노선 중 운행 횟수가 가장 많은 선로는 경부선이다. 여객·화물 열차를 포함한 하루 평균 열차 왕복 운행 횟수는 주중 626회, 주말 678회에 달한다.

산업단지 일대는 주간 시간대 주로 활동이 이뤄져 비교적 피해가 적은 반면, 비산·평리·원대동 등 주택 밀집 지역의 경우 주민들의 소음 피해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연환 서구의원은 “비산7동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대부분 고령층이고, 10년 이상 소음으로 고통받아왔다”라며 “설치된 방음벽은 낮고, 노후화돼 기차가 지나갈 때 마다 집 전체가 흔들리고 창문이 덜컹거리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6년 경기 동두천시 지행역 인근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있었으나 동두천시는 한국철도시설공단과 협력해 방음벽을 설치했다”라며 “서구청도 관계기관과 협력해 방음벽의 높이를 현실적으로 조정하는 일부터 추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유경 기자
이유경 기자 lyk@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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