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소규모학교 운영·디지털 학습환경 등 현안 공유하며 공동연수 진행
기초학력·맞춤형 지원체계 논의…“상시 협력모델로 지역 교육 질 높일 것”
영·호남 두 지역 교육계가 교육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의 폭을 넓히고 있다.
경상북도안동교육지원청(교육장 홍성중)과 전라남도장성교육지원청(교육장 정선영)은 24일부터 25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2025년 제2차 안동-장성 교육지도자 하반기 공동연수’를 열고 미래교육 기반 구축을 위한 실질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지역 초등학교 교장단과 교육지원청 직원 등 안동 지역 41명이 참여한 이번 연수는 두 지역이 수년간 이어온 교류사업을 한층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첫 일정은 장성의 대표 문화유산인 필암서원 방문이었다. 서원 현장에서 교육 지도자들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서원의 역사적 가치와 지역 공동체 안에서의 교육적 의미를 살펴보며 ‘지역문화를 교육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라는 공통의 질문을 나눴다. 안동의 한 교장은 “전통문화의 현대적 활용은 안동과 장성이 가진 공통 강점”이라며 “두 지역이 함께 연구할 교육 콘텐츠가 많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방문한 장성성산초등학교 탐방에서는 글로컬 교육센터와 연계한 교육과정 운영 사례가 소개됐다. 소규모 학교가 지역 자원을 수업에 적극 활용하는 방식은 안동의 농촌 학교에도 적용할 수 있는 모델로 주목받았다. 학교 관계자는 “학생 수가 줄어들수록 학교는 더 개방적이어야 한다”며 “마을과 연계한 체험·프로젝트형 수업은 미래교육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두 교육지원청은 장성교육지원청 회의실에서 이어진 정책 협의에서 기초학력 보장, 디지털 기반 학습 환경 구축, 학생 맞춤형 지원체계 고도화 등을 중심으로 의견을 교환했다. 최근 교육 격차가 지역·가정 배경에 따라 구조화되는 추세 속에서, 교육지원청 단위의 협력은 전국적으로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안동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지역 교육의 질은 교육지원청의 역량에 크게 좌우된다”며 “영·호남이 함께 성공 모델을 만들어가면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수의 하이라이트는 장성군 청소년수련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학생 공연 관람이었다. 단순한 공연 감상이 아니라, 지역의 역사·민주주의 교육이 학생들에 의해 어떻게 재해석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였다. 한 참가자는 “교과서로 배우는 민주주의와 학생들이 무대에서 표현하는 민주주의의 간극이 매우 컸다”며 “학교 밖에서 이뤄지는 시민교육의 중요성을 다시 느꼈다”고 말했다.
지역 교육 전문가들은 이번 연수에 대해 “형식적 방문을 넘어 실질적 교류가 이뤄졌다”는 평가와 함께, “연수 성과를 지속가능한 정책으로 연결할 실행계획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여러 시·군 교육지원청 간의 교류가 확대되고 있지만, 정례화·성과 분석 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 A씨는 “교류가 ‘좋은 취지’에 머물면 행사가 되고, 교육 변화로 이어지지 않는다”며 “양 지역 공동 연구, 교원 교차 연수, 학생 교류 프로그램 개발 등 구체적 실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과 장성은 지난해부터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육여건 악화 문제, 농촌지역 학교의 교육격차 등 공통 과제를 논의하며 교육협력을 이어왔다. 특히 디지털 기반 학습환경 격차, 기초학력 저하, 돌봄 수요 증가 등 현실적 문제는 두 지역 모두에게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안동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농촌학교의 위기는 특정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교육 문제”라며 “장성과의 교류는 서로의 현장을 이해하고 전략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홍성중 안동교육장은 “영·호남 교육 교류가 서로의 교육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두 지역의 체계적인 협력 모델을 만들어 학생들의 미래역량을 키우는 데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간 교류가 정책 현장성을 높이고, 교사들의 전문성을 넓히는 실질적 네트워크로 자리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수는 영·호남이라는 지역적 구분을 넘어, 교육 현안과 미래교육이라는 공통분모를 중심으로 협력의 필요성을 재확인한 시간이었다. 향후 두 교육지원청이 연수를 넘어선 상시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역 교육의 질을 높이는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