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4일 외교 순방 전용기 내 대통령실 출입 기자간담회에서 “대한민국의 저력을 기반으로 우리끼리 국내에서 아웅다웅하는 것을 넘어 세계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과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으로 이재명 대통령 취임 첫해 순방 외교가 마무리됐다. 지난 6월 초 취임한 뒤 6개월 가까이 총 5차례 다자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 대통령은 올해 외교 무대에서 첫 단추를 잘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지난달 말부터 이번 달 1일까지 경주에서 열린 성공적인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21개 회원국의 입장을 조율해 ‘경주선언’을 끌어낸 수작이다.

이번 남아프리카공화국 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중동 등 제3세계 국가들과도 정상외교를 안착시키는 등 적잖은 성과를 얻었다. 이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당시 제안한 ‘모두를 위한 인공지능(AI), AI 이니셔티브’ 구상을 G20 회원국들에 소개하며 첨단 기술이 포용적 기회 창출로 이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한국과 중동의 미래 협력 비전을 집약한 ‘샤인(SHINE) 이니셔티브’를 발표하는 등 외교 지평을 넓혀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이 “세계로 나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은 국제 무대를 둘러보고 나온 진정성의 피력으로 본다. 생산인구가 급감하고, 기술 혁신과 생산성이 정체되면서 잠재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는 ‘위기’ 경고가 나온 지 10여 년째다. 성장률 제고와 함께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활약상이 중요하다.

문제는 외교와 성장을 뒷받침하고 일관성 있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국내 정치적 법적 조건이다. 공공 지출 확대, 친노조 입법 강행 등 대중 친화적인 인기 위주의 정책은 이 대통령의 세계로 나아가자는 주장과 다소 충돌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국내 정치적 요인으로 인한 제반 제도 궤도가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역주행할 수 있다. 즉 노란봉투법, 정년연장 등은 청년의 일자리를 축소시키고 오히려 잠재성장률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여당은 고용 유연성 확보에 배치되는 65세 정년 연장,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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